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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n 05. 2023

대한민국 최강 권력기관은?

감사원-중앙선관위 감사권 논쟁을 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공무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놓고 감사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꼴불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행정기관이니 직무감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감사원과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니라며 감사를 거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구 말이 옳을까? 대한민국에서 법을 가장 잘 아는 집단인 만큼 두 기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맞는 말 처럼 들린다. 흥미로운 점은 두 기관 모두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을 각 기관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외교부 의전업무편람에 따른 국가 의전서열은 중앙선관위원장이 6위, 감사원장이 8위이다.

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우)감사원


그렇다면, 헌법과 법률상 조문은 동일한데 법률조항을 해석하는 양기관의 입장은 왜 다른 것일까? 그것은 감사원과 중앙선관위 모두 자기한테 유리하게 아전인수격으로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니 속으로는 부글부글 화가 용광로처럼 끓고 있지만 폭발 임계점까지 올라오지는 않아 보인다. 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핵심가치로 하는 감사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업무의 내용이나 국민에 대한 영향력, 정책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면 양 기관의 극한갈등이 자칫 국민들에게는 권력투쟁 신드롬으로 보이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을 목도한 국민이라면 이제 대한민국 권력기관 간 갈등은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과 경찰의 갈등,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관련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복무감사와 관련한 국민권익위와 감사원의 갈등,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발의한 양곡법, 간호법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갈등, 중앙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 관련 감사원과 중앙선관위 갈등,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갈등까지... 최근 5년 내 대한민국 핵심권력기관의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그 양태도 다양하다



상당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특정권력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헌법으로 분리하여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삼권분립 원칙에 기반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또한, 언론을 통해 접하는 국가권력의 갈등상황을 분석해 보면 특정 권력기관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아짐을 종종 보게 된다. 국회 다수의석을 가진 특정정당이 여야 합의 없이 법률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단기간 내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국회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행정권 누구 권력이 더 센지? 청도 우시장 소싸움 처럼 한번 붙어보자! 와 유사한 기관의 파워게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소속 행정 각부의 갈등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들이 자기가 옳다고 형제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첫째는 감사권으로, 둘째는 기소권, 압수수색권으로, 셋째는 수사권, 질서유지권으로, 출가한 막내는 독립성을 주장하며 아버지의 훈육을 거부하고 형제들끼리 자기가 가장 잘하는 공격수단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아버지도 속이 터지지만 싸우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지, 말리거나 체벌할 수 있는 마땅한 친권 수단이 없다. 문제는 형제들끼리 잦은 싸움에 가세는 점점 기울어지고 이웃들도 집안싸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싸우는 잦은 소음으로 평온한 주거환경이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끙끙거릴 뿐이다. 저 콩가루 집안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 길 기다릴 뿐 뾰족한 대안이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처럼 하늘에서 자연적으로 부여된 천부적 권리가 아니다. 헌법제정권력인 국민이 선거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가를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할 것을 정치권력과 행정부에 일시적으로 양도한 권력일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수임받은 권력을 자신들의 배타적 소유권처럼 자신의 집단과 특정권력을 위해 이용하고 심지어 남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권력을 독점하고 남용한 결과가 어떻했는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헌정역사를 통해 우리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으며 후세들은 역사를 통해 그 교훈을 학습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자유, 평등, 공정, 인권, 정의가 헌법책속에만 존재하는 생명력 없는 문장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일상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헌법적 질서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을 때 국가는 존재할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권력기관들은 이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윽 목숨을 초개와 같이 희생한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현충일 아침  2023년 6월6일 현재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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