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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03. 2023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추다르크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추락을 보며

1988년 대학1학년 시절 전국 서점가를 흥행한 베스트셀러가 불현듯 기억난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작품이다. 책의 제목이 주는 역설적 표현으로 독자들 사이에 책 보다 제목이 많이 구전되었으며 작품의 네이밍(Naming)으로 작품의 흥행을 보장해 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듬해 1990년 손창민, 강수연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하여 당시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책을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군복무 시절 휴가 나와서 수원시내 극장에서 이 영화를 감명 깊게 시청한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평범한 시골출신이지만 명문대에 합격하고 고시를 준비하던 남자 주인공(손창민)이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주위에 구애받기 싫어하는 쿨하고 정신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여자 주인공(강수연)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둘은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자유로운 연애를 한다. 남자는 여자를 찾아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고 마지막에 만난 두 사람은 치열한 말다툼 끝에 남자가 여자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신파조 듬뿍 섞인 그러나 인간의 욕정과 심리를 리얼하게 파헤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기억된다. 여주인공을 열연했던 강수연은 2022년 세상을 떠나 영화 리얼리티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가 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일까?



아마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돌출 발언과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추미애'를 생각하니 '추다르크'가 생각나고 '추다르크'를 생각하니 '추락하는 날개가 있다'라는 작품이 연쇄적으로 생각나는 이미지 연상효과 때문이 아닐까?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갛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이런 식ㅎ




추미애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역임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장관을 역임할 만큼 여성 중량급 정치인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여성정치인을 뽑으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한명숙 국무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 단 4명이다. 추미애 장관은 특유의 강인함과 추진력, 직선적 성격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따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추-윤 갈등은 탄핵으로 어렵게 획득한 정권을 5년 만에 이양하게 일조한 일등공신(?)으로 추앙받는다.




이 같은 추미애 전 장관의 이력과 행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추미애 전 장관의 최근 언론행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즉,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을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평범한 상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라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정당과 자신을 임명하고 중용한 전직 대통령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궁금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중량급 정치지도자로서 과거 본인의 언행으로 인한 국가 통치기구의 극심한 갈등상황과, 대통령의 검찰총장 징계권 행사 및 대통령을 상대로 징계권 집행정지 신청 등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들을 제조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자숙하지 않고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불쑥 튀어나온 것을 어찌 보아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다.

비유하자면, 장수가 전쟁에서 패배하면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삭탈관직하고 백의종군하는 것이 장수의 도리이거늘 자신을 장수로 임명한 군주가 전쟁 중 보급품을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 전쟁 중 자신을 해임하였기 때문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해할 수도 없고 타당하지도 않은 주장이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융석열 검찰총장의 심각한 갈등 속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권으로 입문하였고, 대통령선거라는 전쟁에서 미미한 차이이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쯤 되면 전임정부 법무부장관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진실한 사과와 용서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물며 본인이 했던 모든 행동은 모두 옳았음에도 나를 해임한 전임대통령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하였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자신의 임명권자에 대해 기회주의자라고 원색적 비난까지 하고 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인간적 시각으로 보면 배은망덕하기 그지없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바르게 다스린다'이다. 국민을 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정치인 스스로가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바로서야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바르지 않은데 국민을 바르게 다스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때, 강단 있고, 소신 있는 추다르크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이미지에서 고집불통, 독불장군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부러지더라도 휘어지지 않는 추미애스러운 강인한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드리운다.




추다르크의 작금의 언행을 보면서 과거 베스트셀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스토리 전개가 오버랩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지 모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었지만 현재 추다르크의 모습에서 꺾어진 날개를 찾아보기 힘들다. 안타깝다. 숨겨둔 날개를 꼭 찾아 치료받고 훨훨 하늘로 비상하기를 과거 팬으로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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