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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17. 2023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부터 고칩시다.

2023.7.17. 폭우로 인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보며 

2023년 7월, 매년 그러했듯이 대한민국은 재난의 무자비한 공격을 피하지 못하였다. 2023.7.17.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사망자 40명, 실종자 9명, 인근 제방이 무너져 하천수 유입으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 운전자 14명이 사망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매년 여름이면 경험하는 대한민국 재난상황, 이제 특별할 것이 없다.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대통령은 각 부 장관을 소집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수해현장을 방문하여 수재민을 위로하며, 재난특별대책지역 지정 검토를 지시한다, 국무총리는 중앙부처, 지자체에 공무원 비상근무를 지시하는 등 공직기강을 끌어올린다. 정치인들은 수해현장을 방문하여 수재민을 위로하는 홍보사진을 찍고 수해복구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며, 재난의 책임소재를 밝히겠다 으름장을 놓는다. 개념 없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공무원은 골프, 음주, 근무지 이탈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 분노를 유발한다. 금번 사건에서 홍 00 대구시장은 주말골프, 김 00 충북도지사는 부적절한 SNS 활동으로 언론의 타깃이 되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라고 당사자들의 해명은 청산유수이다. 상황이 잠잠해지면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수재의연금 모금 활동이 시작된다. 1997년부터 2023년까지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사회재난에 대응하는 자화상이다

1997년 6월 공직에 입직한 이후 수많은 재난상황을 경험했다. 유명한 걸그룹의 이름은 기억 못 해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의 이름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1999년 '올가', 2000년 '프라피룬',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10년 '곤파스'... 그중 2002년 '루사'와 '매미'는 일일강수량 역대 1위, 재산피해 6조 1479억 원 등 회복하기 어려운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떠났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태풍 '매미'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1999년 태풍 '올가'가 한반도를 강타할 시 의왕시 내손2동 주민센터 민원창구에서 주민등록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9급 신출내기 공무원이 재난상황에 대응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청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무작정 비상대기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빗줄기가 멈추고 날씨가 좋아지자 동장님이 수해복구 하자며 직원들에게 현장출동을 지시한다. 모든 직원은 우비 입고 삽, 마대자루 등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출동한다. 남자, 여자직원 예외가 없다. 인근 체육공원에서 모래주머니를 수백 개 만들어 저지대 지역 침수에 대비하고 동사무소가 보유한 1대의 양수기로 침수된 가정의 물을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수해복구에 한참임에도, 한 성질 하는 주민은 공무원을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붓는다. 비가 오는 이유가 공무원 때문은 아닐진대 내가 왜 욕을 먹을까? 30세 젊은 나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오르지만 인명피해, 재산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진 수재민을 생각하면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갑자기 배를 잡고 복통을 호소한다. 계속되는 비상근무에 강한 노동으로 피로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그 여직원은 임신 중이었고, 결국 유산하었으며 그 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던 선배 여직원의 퇴직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그로부터 대한민국은 많이 안전해졌을까? 정부는 매년 예비비를 편성하여 수해복구 예산으로 지출한다. 재난재해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재난피해 발생지역의 수해복구가 완료되면 다른 곳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밑 빠진 항아리에 계속 물 붓는 형태이다. 물이 채워질 리 없다. 항아리를 새것으로 바꾸어야 함에도 믿빠진 항아리에 계속 물을 붓고 있다. 밑이 빠지지 않은 튼튼한 항아리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물이 채워진다. 치수관리 정책은 도로, 항만, 제방, 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안전관리, 지속적 점검이 필수이다. 수해복구에 대규모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치밀하게 점검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중국 요순 임금이 수 천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인들로부터 성군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치수관리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황하의 범람을 막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재난피해는 지구상의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상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지구온난화는 생태계 파괴와 폭설, 폭우, 태풍, 해일 등 기후변화를 재촉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기후변화에 전 세계가 공동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인류종말의 시계는 더울 빨라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도 기후위기, RE100,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현안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가용예산을 투입하여 범정부적 기구를 출범하여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여 인류 공동의 생존의 문제인 기후위기 관련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나마, 국내 최대 광역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기후환경에너지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후환경에너지국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최소한의 족적이라도 남겨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사무실 TV에서 계속 경북, 충북 지역의 재난상황 뉴스속보가 들려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또렷한데 재난공화국 대한민국의 오명은 언제쯤 벗어날 수 있으려나? 예전에는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이 비판받았지만, 이제는 소를 읽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복지부동한 사람이 비판받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은 소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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