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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Oct 23. 2023

지자체 국정감사 꼭 필요한가?

공직사회는 10월이면 "없는 집 제사 돌아온다"는 속담처럼 어김없이 돌아오는 연례행사가 있다. 국정감사다. 정치적 특수상황으로 정치권 합의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정감사는 매년 10월 정기적으로 행정부와 주요 공공기관에서 개최된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운영실태를 감사하고 비판함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이다. 대한민국 헌법과 국회법,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에 국정감사 제도의 법률적 근거가 있다.


2023년 10월 경기도청에도 국정감사가 시행되었다. 10월 16일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일주일 뒤 10월 23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개최되었다. 2개 이상 국회 상임위원회가 특정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국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며, 경기도정의 중요성에 대한 입법부의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도정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국회는 2번이나 경기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경기도정 주요 통계를 찾아보았다. 2023년 6월 기준 경기도 인구는 1,402만 명, 대한민국 전체인구 5,266만 명의 2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면적은 10,199.5km 2로  서울시 면적의 17배다. 2023년 예산규모는 경기도청 33조 8,105억, 시군까지 합하면 81조 2,414억이다. 행정구역은 28개 시군 3개 군, 일반직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2,888명이다. 서울시 843명에 비해 경기도 공무원 1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주민수를 상대하며 지역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객관적 통계로 표현되는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2번이나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23년 경기도정 주요 통계(조직, 예산, 인구) / 출처 경기도청 홈페이지

국회 국정감사 계획이 발표되면 지자체 공무원은 전장에 나서는 병사의 마음으로 최소 2개월 이상 국정감사를 준비한다. 봇물같이 쏟아지는 국회의원 요구자료 작성 및 제출기한을 맞추기 위해 9월 이후 지자체 청사의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요구자료는 매년 비슷한 내용이지만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기왕이면 다홍치마"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자료를 작성한다. 국회의원들이 내용을 더욱 쉽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요즘은 인포그래픽 등 데이터분석 기술도 종종 활용하고 있다. PC와 AI를 장난감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MZ세대의 활약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같이 고생해서 만든 자료들이 질의와 정책개발에 활용되지 못하고 국정감사장 책상 위에서 그대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료를 준비하고 입법 및 예산지원을 기대했던 행정부 입장에서는 까맣게 속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회의원이 탑승한 버스가 청사에 도착하고 수감기관 대표자와 고위공무원들은 최대한 예의를 다하여 국회의원들을 국정감사장으로 영접한다. 감사장 이동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피켓시위를 하며 국정감사를 반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그다지 임팩트 있어 보이지 않는다. 도지사 등 수감기관 대표자 인사말과 간부소개, 업무보고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국회의원들 질의와 수감기관 답변이 진행된다. 창과 방패의 진검승부를 위하여 수천 명 공무원들이 수개월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작성하고 자료집을 발간하며 질의서를 입수하고 기관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등 행정력을 총집결한 것이다.


경기도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지리, 인구, 예산, 행정조직, 산업, 경제 등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지역이다. 김동연 도지사가 이끄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경기도는 북부특별자치도, 기회소득, 기후변화 대응(RE100), 미래신성장 동력 발굴 및 사회적 경제 확산, 청년일자리 창출, 수도권 주택, 교통난 해결 등 핵심정책들을 수행하며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국정감사 대응전략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요 핵심정책에 대해 국회를 설득하여 입법부 지원으로 도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감사 질의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국정감사를 충실히 준비한 수고로움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장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쟁점보다는 정치권 이해득실과 관련한 핫이슈들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국정감사장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무산, 전 도지사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사용 등 휘발성 강한 정치적 이슈에 묻혀 경기도 민생과 관련한 핵심 정책이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이 국정감사를 준비한 공무원으로서, 경기도민으로서 아쉽다.   


역대 경기도지사들 면면을 보면 대권을 꿈꾸는 중량급 정치인들이 많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대권 잠룡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경기도는 지역의 핵심현안보다는 국내정치 핫이슈의 분출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27%인 인구 1,400만 명이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신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수도 서울의 외곽을 담당하는 지역으로서 현재와 같이 기능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정감사를 수감할 기회도 4차례밖에 남지 않았다. 2024년 이후 경기도 국정감사는 정치가 아닌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의 토론장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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