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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Dec 02. 2023

80년 서울의 봄은 따뜻하지 않았다.

9월 26일 이후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의회 행정사무감사, 2024년 예산심의, 각종 행사참여 및 사업현장 점검 등으로 브런치에 글 쓰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12월 첫째 주 토요일 아직 모든 일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자신감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핸드폰으로 영화를 예매하고 극장을 찾았다.


최근 가장 호평을 받는 "서울의 봄". 을 pick 했다. 1979년 12.12 신군부의 군사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황정민, 정우성 주연의 믿고 보는 영화이지만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냥 패스할 수 없는 필독서 같은 영화였다.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1987, 남산의 부장들... 1980년대 시대적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는 한편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아마도 군사독재 및 정치민주화 등 격동의 시대인 1980년대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보고 경험한 사회 부조리와 국가권력의 남용 등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12사태 역시 교과서와 각종 자료, 유튜브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영화는 12.12 신군부 쿠데타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며 평가하는지 사뭇 궁금했다. 80년대 후반 격동의 세대를 살던 88학번(재수) 풋풋한 대학생은 이제 55세 중년이 되어 35년 전의 시대적 아픔을 극장에서 팝콘 먹으며 편안하게 영화로 곱씹어 본다.    


2시간 30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스릴 넘치는 영화가 모두 끝났다. 헐!. 이 알 수 없는 야릇한 감정은 뭐지?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한 눈 팔 수 없는 일촉즉발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화면이 올라온다. 그런데 차마 자리를 뜰 수 없다. 관객이 모두 나가고 극장의 불이 켜진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979년 12.12 신군부 쿠데타를 소재로 한 '서울의 봄' 영화는 잔잔한 내 가슴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할퀴고 지나간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1979년 12월 12일을 소재로 한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수습하는 보안사령관(합동수사본부장 겸직) 전두환 소장과 국가권력을 찬탈하려는 육군사관학교 내 사조직 '하나회' 일당이 벌이는 권력암투를 리얼하게 표현한 명작이다. 별 2개(소장)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별 4개(대장)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을 대통령의 사전재가 없이 체포하여 조사하고, 반란군세력의 핵심 보안사는 군사작전 핵심내용을 도청하여 쿠데타의 명분으로 이용하며, 북한을 방어하는 최전방 병력을 정당한 지휘권자 명령과 지휘 없이 사조직 '하나회' 일당의 명령으로 쿠데타에 동원하며, 특전사령관을 보위하는 부관을 사살하고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며,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국방부장관은 현장을 이탈하고, 신군부 일당은 계엄사령관 체포 등 쿠테다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결재를 강요하는 등 영화에서 등장하는 상당수 내용은 허구적 요소로 극적 긴장감을 강화하였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즉, 1979년 12월은 전두환, 노태우 등 육군사관학교 신군부 정치군인들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유린한 무법천지이자 국가기강의 문란을 획책한 아수라의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12.12 쿠데타를 성공하고 보안사령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개박살내고 쿠테다 성공 기념으로 샴페인을 터뜨리고 박장대소하는 그들을 제지할 수 사람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한 사람도 없었다. 특히 쿠데타 주역 전두환이 가운데 자리 앉으며 하나회 일당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며 좌석을 지정하며 앉게 하는 장면은 가관이었다. 실제, 전두환이 보안사 파티에서 앉힌 신군부 쿠데타 세력 주인공들은 이후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층인 장관, 참모총장, 국회의원, 공기업 사장, 감사원장 등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중심에 대거포진하였으니 전두환 사후까지 그를 처벌하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강력한 국민적 요구가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그가 죽기 전까지 건재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이유를 영화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진기 헌병감 등 직무에 충실하며 신군부세력에 저항하고 끝까지 대응한 진정한 군인들의 기개는 김영삼 정부 이후 하나회를 척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검찰은 반란수괴자들을 기소조차 못했지만 이후 특별법 제정으로 12.12 쿠데타의 주역 전두환, 노태우를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단죄한 것은 정의가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입증한 카타르시스의 순간이었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 항쟁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정치적 민주주의를 쟁취하였지만 국민들의 희생은 엄청났다.


1979년 12.12. 쿠데타 이후 4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봉오동 전투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극우인사 모독발언, 정당 내 사조직 결성 등 정치적 영량력을 확대하려는 일부정치인의 퇴행적 행보 등 신군부세력이 국가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1979년 군사쿠데타, 1980년 서울의 봄과 비교할 때 국가 통치구조 및 운영 측면에서 2023년 서울의 봄은 따뜻하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살아가는 후세대는 1980년 따뜻하지 않은  서울의 봄처럼 아픔과 혼돈의 역사가 세습되지 않길 진심으로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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