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죽을 고비를 10번 넘겼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말기암을 여러 번 극복한 것이라 보면 됩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 의사의 말을 찾아봤어요. 박창욱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중증 아토피 환자는 보통 일반인이 생각하는 최악의 환경인 말기암 환자보다도 더 힘들다’라고 했더군요.
중학생 때 경증 아토피가 있었는데 동네 피부과에서 처방해준 스테로이드를 장기 사용해 중독되고, 중증 아토피가 되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바르는 약, 먹는 약, 주사제의 순서로 효과가 강한데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작용도 심해요. 스테로이드의 장기적 외부 투입으로 인해, 신장은 기능성을 잃게 되죠.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절대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계속 강한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면 쇼크사를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저를 담당하던 의사는 이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심각하게 안 좋아진 것을 알고 스테로이드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신장이 약화된 상태에서 갑자기 스테로이드를 끊으면 ‘리바운드’ 현상이 발생해요. 외부에서 주입된 스테로이드가 차단되니, 억지로 눌러두었던 아토피 증세가 폭발하는 것이죠. 단숨에 초중증 아토피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온몸에서 피와 열이 뿜어져나왔죠. 하루에 20번 넘게 옷을 갈아입어야 했어요. 출혈이 심했고, 심장도 불규칙하게 뛰다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의식을 잃은 적도 많았습니다. 에너지 소비는 너무 심한데 입과 턱이 찢어져서 음식 섭취가 어려웠어요. 안 그래도 출혈이 엄청난 가운데 남아 있는 혈액이 그래도 몸을 살리겠다고 어디에 쓰이는 건지, 내장에 혈액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억지로라도 무언가 집어넣으면 내장이 빨래를 쥐어짜듯 몸부림쳤습니다. 허기가 이어졌지만 내장이 꼬이는 느낌이라 무엇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온몸이 겉부터 속까지,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 성한 곳이 없었어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곳이 아픈가를 세보는 것이 나름의 취미였을 정도입니다. 무엇인가에 신경을 써야 나름 고통을 덜 느껴서 찾은 방편이었죠. (그렇다고 행복했던 이전의 기억들이나 앞으로의 희망 따위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 정도 에너지는 없었거든요. 정말로 살려고 쥐어짜낸 에너지로 내가 지금 어디가 아픈지 세어본 것이었는데, 독자분들에게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 ‘취미’는 한편으론 몸의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아픈 곳은 평균 20군데가 넘었던 것 같아요. 온몸이 찢어져서 나오는 출혈과 고통으로 30분 이상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기간이 2주가 넘어가니 정신이 이상해졌습니다. 멀쩡한 사람도 잠을 2주간 안 자면 어떻게 될까요? 잠을 안 재우는 고문도 있지 않나요? 그런데 온몸을 수천 개의 바늘과 칼로 긁어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여러분은 며칠을, 아니 몇 시간을, 아니 몇 분을 버틸 수 있으시겠어요?
육체의 에너지는 이미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에너지도 소진되어서 저는 어머니께 말하고 말았습니다. ‘엄마, 미안해. 나 이제 그만 죽을래’라고요. 그리고 마음을 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