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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Jul 31. 2023

발리 길 위의 강아지들

조금 이른 휴가로 남편과 발리에 다녀왔다. 처음 휴가를 계획한 나라는 발리가 아니었는데 휴가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니 예산을 훌쩍 뛰어넘어 타협점으로 발리를 선택했다. 발리는 우리 두 사람 다 처음 가보는 나라였지만 익히 많이 듣고, sns로 많이 보아와서 그런지 크게 낯설진 않았다.

발리에 도착해 제일 처음 간 도시는 우붓이다. 발리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세 곳의 도시에 머물렀고 그중 내가 생각했던 발리의 이미지와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저녁 늦게 도착해 짧게 잠을 청한 후 아침이 되어 숙소를 나와 우붓 시내 곳곳을 걸었다. 날이 좋아 해가 내리쬐는데도 불구하고 구글맵을 통해 본 이동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그랩을 이용하는 대신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좁다란 인도를 매쾌한 매연을 맡으며 걷는데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도로를 익숙한 듯 냄새 맡으며 꼬리를 바짝 올리고 도도하게 걷는 강아지. 사람들이 본인을 귀여워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는 듯 주변에 크게 개의치 않고 본인 갈길을 간다. 주인이 없어 보이는데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던 건 이곳에서는 저런 강아지가 한두 마리가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호의적이라는 말을 이미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길을 걷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거리에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이 천지이다. 발리에 오니 유독 길 위의 강아지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리고 나면 나는 곧바로 우리 참치가 떠오른다. 자유로워보이는 강아지들을 보며 우리 참치도 이제는 저렇게 자유롭게 다닐까 싶다가도 조금 야윈듯한 강아지가 떠돌아다니는 게 보이면 또 우리 참치도 혹시나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진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물론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도로뿐 아니라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도 심심지않게 강아지와 고양이가 제집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밥은 어디서 얻어먹고나 다닐지 걱정이 되다가도 식당 한켠에 마련된 작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보고 내심 안심하기도 했다.

한날은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서 아름답게 지는 해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해변가를 자유롭게 다니는 강아지들, 날 때부터 물가에 살아 바닷물 따위는 무섭지 않다는 듯 밀려오는 바닷물을 향해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들이 한데 섞여 장관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녁을 먹는데 남편이 나에게 '희한하게 발리에 와서 참치생각이 더 많이 났어.'라고 말한다. 자유롭고 천진한 강아지들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저절로 우리 참치 생각이 간절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마음이다.




어디서든 늘 행복하렴 강아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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