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그러했듯이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아지가 갖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강아지에 대한 교육, 반려동물로서의 인식이 지금처럼 명확하지도 않았고 반려견보다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했으니 내가 강아지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그저 귀여워서였다. 어릴 때부터 귀여운 것을 좋아했던 나는 친척집에 갈 때마다 앙앙 거리며 꼬리를 흔드는 작은 강아지들이 너무나 귀여워 친척집에 다녀오면 우리도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르는 게 일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강아지를 집에 들이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였고 유치원에 다니는 나에게 살아있는 강아지 대신 강아지 인형을 사다 주셨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푸들모양에 특이하게도 작은 안경과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던 강아지. 그때는 그 인형이 생긴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뻐 강아지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애지중지하였다. 미소를 거꾸로 해서 강아지 이름은 소미였다. 그 당시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작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 강아지 이름이 소미였던 것을 기억한다. 강아지 인형을 아끼던 것도 잠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과 놀기 바빴던 나는 더 이상 강아지도 강아지 인형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다음에 내가 어른이 되면 그때 꼭 키우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나 그리고 남동생 셋만 남았다. 그때만 해도 강아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아빠가 좋아하지 않았으니 아빠가 없어도 우리 집에 강아지가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때는 그랬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몇 달 뒤 이모에게서 혹시 강아지를 데려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이모는 이미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던 터라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설마 키우던 강아지를 준다는 건가 싶었으나 그건 당연히 아니었고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어느 집에선가 방치하다시피 키우던 강아지를 이모가 데려왔는데 괜찮으면 데려가지 않으려냐는 말이었다. 이모는 그 말과 함께 강아지 종이 요크셔테리어며 아주 귀엽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던 때 당시 유행하던 닌텐도 게임 중 닌텐독스라는 게임이 있었다. 온라인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게임인데 나는 그때도 강아지를 고를 때 요크셔테리어를 골랐고 이름은 참치였다. 요크셔테리어를 선택한 것은 작은 강아지가 내 눈에 귀여웠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모가 데려가라고 한 강아지가 요크셔테리어라니, 이건 운명이 틀림없었다. 이모에게 연락이 오고 엄마와 마침 함께 있던 친척언니와 함께 지체할 틈 없이 이모집으로 향했다. 참치를 만나러 가는 30분 내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이모집에 도착해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기대감과 설렘에 계속 심장이 요동쳤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나의 강아지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매일 보던 닌텐독스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쏙 빼닮은 참치가 있었다. 까맣고 똘망똘망한 눈과 은빛으로 덮인 강아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초롱이에서 참치가 되었다.
이제 닌텐독스는 필요 없다. 나에게도 진짜 강아지가 생겼으니까!
이 작은 강아지로 인해 행복과 기쁨만 알게 될 줄 알았던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