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하고도 중순이 지났는데 이렇게나 더운 밤이다. 더운 여름에는 에너지가 떨어져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지나간 것 같다. 조금 선선해지면 기운을 내야지 싶었는데 도무지 선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믿었던 처서매직도 없고 추석임에도 보란 듯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
그동안 저장해 둔 글을 불러와 완성을 좀 해야지 싶은데 2015년에 산 맥북에서는 어쩐 일인지 저장해 둔 글이 불러와지질 않는다. 그곳에 써야 할 글들을 갈무리해둔 게 많은데 큰일이다. 다행인 건 핸드폰으로 보면 또 멀쩡하게 잘 보인다는 것. 아마도 오래된 노트북 탓일까. 그러기엔 다른 이상이 없어 바꾸고 싶진 않은데. 저장한글을 노트북으로 불러올 수 없으니 지금 쓰는 이 맥락 없는 글도 일단은 완성해야 한다.
더위가 가시면 뭐라도 해보자 싶었는데 더위가 가시질 않아 내가 먼저 움직여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은 주제가 없어도 카테고리에 맞게 그냥 쓰고 싶은 밤이다. 언젠가 숨겨질지 모르는 아무런 글이라도 쓰고 싶은 그런 밤.
갑자기 또 비가 내린다. 이 비를 시작으로 조금은 시원해 지길 바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