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 사이에서의 고민;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사십대 이고 남편과 중학생,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주부랍니다. 근데 제가 집에서 지내면서 아이들 키우면서 자격증이라도 취득하면 좋겠다 싶어 사이버 대에서 사회복지사와 미술치료자격증(총장명의)도 따게 되었어요. 그리고 재작년부터 인근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자원 봉사자로 일하였어요. 학교에서 일하면서 선생님들이 너무 부럽기도 하고 나도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일반대학 편입을 알아보고 편입 지원을 해서 인근대학에 특수체육교육과에 덜컥 합격이 되어버렸어요. 졸업하면 중등특수 2급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다시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야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크더라구요.
첨에는 남편한테도 이야기하니 무슨 학교를 자꾸 가냐고 그랬는데 정 하고 싶으면 다니라고 해서 저도 다닌다고 생각하고 등록을 했는데 코로나로 개강연기되고 비대면수업으로 과제로 출석체크 하더라구요. 근데 막상 교직과목과 체육과목 공부하고 과제한다고 거의 컴퓨터 앞에서 보내야하고 너무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체육 관련으로는 모두 처음 접하다보니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너무 힘든 거 같아요. 체육실기과목도 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그래서 지금 자퇴를 고민하고 있어요. ㅜㅜ 덜컥 중등특수자격증만 보고 등록했는데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다른 편입생한테 피해주는 게 아닌가싶고 미안한 맘도 들고 교수님께 뭐라 말씀드릴지 고민이에요.
40대에 저도 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도전은 하지만 주부다보니 늘 한계가 있어요. 혼자가 아니고 주부 엄마의 역할도 해야 하니 제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은 하지만 늘 자격증 따기에만 그치고 더 이상은 이루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하기도하고 속상합니다. 그치만 맘적 으로나 조건, 환경이 되면 일하면 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일은 제가 욕심을 너무 크게 부렸다는 생각에 맘이 넘 안 좋아요. 나이40대 중반인데도 진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제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학교에서 일하고 싶고 교원 자격증을 따고는 싶지만 막상공부 해보니 제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괜히 제가 자꾸 일을 만들어 제자신이 힘든 상황으로 만든 게 지금은 힘들어요. 자꾸 변덕부리는 제가 싫기도 하구요. 근데 어제부터는 학교를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넘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글을 남겨봅니다.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말씀에 앞서 저 역시 육아의 버거움을 절실히 느끼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두 딸을 훌륭히 키워 내시면서도 끊임없이 꿈을 따르시는 사연자분의 열정에 대해 존경과 찬사를 먼저 드립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격언들이 존재합니다. '꿈을 따라야 한다.' '세상에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아이를 잘 돌봐야 한다.' '좋은 배우자가 되어야 한다.' '나만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하나하나 다 좋은 말들이고,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말들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따르는 것은 결국 이러한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러한 말들이 서로 상충되어 혼란할 때도 있고, 또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버거운 짐을 지울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힘들다 느끼고, 그러면 마음은 또 '힘들지 않아야 한다' 라고 큰 목소리를 내며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런데 주위에는,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는 정말 힘들 것 같은데 막상 본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우리는 의외로 일 자체의 강도로 인해서는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왜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을 때' 혹은 '이 일 말고도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 힘들어합니다. 반대로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이 들 때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기꺼이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왜 노력하는지, 왜 살아가는 지 의 이유가 되고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가치' 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보통 이러한 가치가 전혀 없거나, 가치들이 서로 상충되어 충돌할 때 고단함을 느낍니다.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후자가 되겠지요. 즉, 가족에게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어주고 싶은 가치, 교원이 되고 싶다는 가치, 그리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가치 등이 마음속에서 서로 상충되어 고민과 버거움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선 지금 당장 힘든 마음을 어떻게 해결할까 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 벗어나, 지금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잘 챙겨야 하는데, 공부도 하고 싶어. 하지만 이 모든 걸 해내려니 현실적으로 힘에 부치고, 마음이 급하고 버겁기만 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어. 막다른 길에 몰린 것 같아.' 라 혼란해하는 대신, 지금 내가 원하는 많은 것들의 이유, 내 삶에 소중한 가치들을 하나 둘씩 발견하고 또 써 내려가 보세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 속에는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스스로가 인정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와 같은 가치들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 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 안에도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싶다,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보고 싶다, 지금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와 같은 여러 종류의 가치들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숨은 가치들을 써 보셨다면, 그 가치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보세요. 꼭 포기해야하거나 반드시 우열을 가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삶, 그리고 내가 원하는 행복에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이 때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주위의 기대나, 타인으로부터 주어진 의무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와 타인 모두의 욕구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법적,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방식을 통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부분이 아니라면 타인은 내게 자신의 이익을 위한 희생을 강요할 수 없고, 나 역시 타인에게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틀 내에서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것이 모이면 결국 모두의 행복이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치들과, 그 우선순위가 정리 되셨다면, 지금 현실에서 이 가치들을 어떻게 실현하며 살아갈 지를 염두에 두고 하루, 한 달, 일 년의 계획을 세워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는 것은 죄가 아니고, 일을 벌려두고 잘 해내지 못해 버거워 하는 것도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그러한 방향이 '나의 행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떠올린 가치들과 그 순서를 바탕으로 하여, 나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가장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하루로 꾸려 나갈지를 생각해 보시고 또 그렇게 살아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제 이야기를 덧붙일까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저는 육아를 위해 많은 스터디, 연구회, 저작 활동을 정리하였습니다. 이는 안타까운 포기가 아니라, '아이에게 좀 더 사랑을 쏟고 싶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연을 주시는 분들에게 띄우는 편지만큼은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렇게 아이가 잠든 늦은 밤의 시간을 통해 부족한 글을 끄적이곤 합니다.
저는 이런 저의 하루가 완벽하다거나,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최선의 하루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저의 오늘이 좋을 뿐입니다. 만약 이러한 하루를 이어가다가 너무 버겁다 느끼면, 혹은 이것이 내가 원하는 가치를 위한 하루라는 생각이 희박해지면 또 다른 모습의 오늘을 고민해 볼 것입니다. 사연자 분께도, 사연자분이 소중하게 여기시는 가치들에 가장 어울리는 하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너무 버겁지 않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원하는 삶으로 다가가시는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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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