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살인

-탄생 게임 5편

by 웨카의 북카페

육중한 나의 몸은 이제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다. 처음으로 나에게 이름이 생겼다. 내 이름은 [가인]이다. 내 부모는 인류의 최초의 조상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아담, 어머니의 이름은 하와이다. 조물주는 내 부모를 단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어 주었다. 최초의 인류는 이렇게 단 하나의 가정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내 성체를 나타내는 인간은 흙임을 알고 있다. 나의 아버지 아담이 외롭지 않게 어머니를 그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조물주가 사람의 형태를 따라 창조하고 내게 호흡을 불어넣었다고...


태어나서는 나도 창조주의자 만왕의 주인인 조물주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난 부모로부터의 이야기를 그저 전설처럼 듣고 믿기로 했다. 그러나 조물주의 존재를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신은 나를 그때마다 불렀고, 난 분명 조물주의 음성을 알아듣고 있었다. 그런 조물주 앞으로 떠나 에덴 동편 놋 땅을 밟았다. 그러나 이곳은 악행들이 매일같이 일삼고 있는 전쟁터와도 같은 그윽한 곳이었다. 또 다른 인생길. 나도 모르게 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비었다. 그러다 만난 또 다른 악행의 근본을 느꼈다. 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에 이끌려 나와 같은 인간들의 탐욕과 악랄한 죄악을 범하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피조물의 으뜸도 간과해서는 안될 또 다른 존재. 바로 사탄이었다. 이 땅의 음해자이자 적대자. 분명 형체는 아니었다. 그저 좋지 않은 매우 불쾌한 느낌이 있을 뿐. 그러나 분명 사탄은 존재했다. 나의 어머니를 꼬드긴 뱀, 미카엘과 싸운 붉은 용. 나의 삶을 간음하는 악의 존재들...


나의 부모는 그들을 피하라고 했다. 본인들도 그에게 당해 주옥과 같은 행복의 근원지인 에덴동산에서 떠나야 했다고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탄의 형체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매우 불길하고 위협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음해자들이다. 만악의 근원이었고, 나 또한 그들을 멀리하고자 하였다. 하나, 낙원에서 추방되어 살아가는 나날들이지만 나름 재미있기도 하다. 수확된 곡식을 먹기도 하고, 풍성한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목을 추릴 수 있는 오아시스도 있다. 이 안에서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난 육감적으로 알고 있다. 내가 [가인]으로 태어난 이유와 앞으로 어떻게 이 탄생 게임을 풀어 가야 할지 너무 머리가 아파온다.

내게는 동생이 한 명 있었다. 어렸을 적 나는 들판에서 일하여 농부로 지냈고. 내 동생 아벨은 양을 치는 목자였다. 내가 그 사탄을 만나기 전 까지는 내 동생 아벨을 그 누구보다 아꼈다. 그런데 음해자의 기운에 못 이겨 난 그만 점점 흉악범으로 변해갔다. 내 마음속에 악이 생겼고, 기쁨보다는 멸시의 감정이 먼저였다. 어느 날, 나의 부모의 지시에 따라 아끼던 곡식을 조물주에게 바치기로 했다. 내 동생 아벨 녀석은 양 떼에서 태어난 첫 번째 새끼를 죽여 가장 좋은 부위를 조물주에게 바쳤다. 그런데 조물주는 내 곡식은 받지 않고, 아벨 녀석의 예물만을 받았다. 편애였을까? 나를 향해 박해였을까? 나 또한 아벨 녀석과 같이 똑같은 재물을 바쳤건만...


조물주는 나를 완벽히 무시했다. 그리고 난 조물주의 조치에 얼굴도 들지 않고 반항했다. 그러자 조물주는 네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했다며 사탄의 죄가 내 마음의 문에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그리고 너무 두려웠다. 이 이후로 난 아벨 녀석을 원수로 생각했고 죽여버리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으로 태어난 첫 삶이 가장 가까운 내 동생을 돌로 쳐 죽인 것이다. 그저 내가 살기 위해 악을 행하고 난 죽지 않기 위해 게임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왜 조물주는 인간인 우리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일까? 난 이 탄생게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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