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이 죽은 다음 나의 아버지가 백삼십 살이 되던 해, 조물주는 우리에게 다른 씨를 주었다. 나의 부모는 새로운 아이에게 이름을 [셋]이라 지었다. 인간의 세대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살기 위해 죽이고, 죽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폐허가 된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살고자 했던 의지조차 점점 꺾여만 갔다. 그럼에도 난 이 땅에 탄생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신은 분명 존재했고 나에게도 이곳에 태어난 이유를 어딘가에는 새겨 놓았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셋이 태어나고 무려 800년을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그 시간 동안 늘 나의 탄생에 대해 생각했고 알아보려 했다. 어떤 이유로 이곳에 온 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길고 긴 시간이 한순간의 빛줄기처럼 금세 지나갔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인류의 모든 족속은 한 혈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나의 부모도 사탄의 꾐에 빠져 죄를 지었고, 그 악이 세상에 들어오고야 말았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도 하지만 이젠 악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 죄로 말미암아 그 끝은 결국 사망이란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난 사람들이 두려웠다. 내가 앞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 형제였고 나의 아버지 아담의 직계 후손이었다. 내가 그의 아들 아벨을 돌로 쳐 죽였으니 얼마나 큰 죄를 지은 것인가...
조물주가 말하기를 “생에 첫 사람이었던 나의 아버지 [아담]은 생령이 되었고, 살아 숨 쉬는 영이 되었다.”라고 말하였다. 인간은 한 혈통과 육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더 흉악해질 것이다. 점점 생의 육에 의하여 갈급해지고 그 마음은 악으로 물들어간다. 사탄의 힘은 거대해져 갔고 인간은 타락해 갔다. 지금은 나의 인생의 주기가 수백 년 동안이지만 이 또한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공허한 수천 억 년 전의 나를 떠올리면 극히 짧은 인생사다.
분명 조물주가 우리 부모님을 만드셨을 때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탄의 꾀에 의해 인간은 타락했다. 이후 조물주는 이 땅을 저주했다. 나의 아버지 아담의 후손들이 크게 타락하고 더러운 죄를 더욱 심하게 지어가며 살아갔다. 조물주는 결국 분노했다. 이제 이 사회는 죄악으로 가득 찼다.
나의 부모의 죄에 더하여 내가 저지를 실수로 인한 살인죄가 추가되었다. 내가 바로 창조 이래 발생한 첫 살인자가 되었다. 나는 결국 ‘자녀의 죽음'을 세상에 불러왔다. 탄생의 끝이 죽음일 터, 도대체 무슨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정말 혼란스럽다. 나는 조물주의 창조세계에 침해한 것이었고 이에 따른 심판이 분명 있을 거란 걸 알고 있다. 그 심판이 지금은 땅의 저주인 듯하다.
유랑의 벌을 받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늘 두려움에 떨었고 후회하며 회개했다. 그러자 조물주는 내게 남은 인생을 순종하며 살아가라고 했다. 그리하면 누구도 나를 해치지 아니할 거라고 말이다. 용서인가? 평생을 회개하며 살라는 핍박인가? 아니면 정통 가문을 이어가야 하는 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죄가 없던 에덴동산에서의 나의 부모의 삶은 어쩌면 수명의 끝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한한 삶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혜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모든 조물주의 계획과 행해지는 일들이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앞으로 누굴 만나게 될까?
내가 그동안은 없던 인류의 살인죄를 처음 만들어 냈다. 그로 인해 나는 유량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조물주는 나를 살려두었고 나름 떠돌면서도 영토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곤 했다. 어쩜 조물주가 내게 내린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분은 나의 악행을 보고도 회개하길 원했고 나를 변화시켜 돌보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지금 수 백 년을 살아가며 느낀 부분이다. 이런 나도 죽음으로부터 보호받게 해 주셨다. 분명 살인을 행 한 나에게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연 신앙은 무엇이고 속죄란 무엇이란 말인가. 나도 언젠간 내가 죽인 아벨과 같인 영생하여 영들의 별로서 떠돌아다니지는 않을까?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빨리 탄생한 이유를 찾고 이 게임을 끝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