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게시를 통해 난 또다시 탄생 게임을 시작한다. 이 전의 시계에 대한 나의 존재를 알만한 생각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이곳은 처음 보는 곳이고, 난 첫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창조물들이 새롭기만 하다. 내 이름은 노아. 태어나자마자 난 남들과는 다르게 더욱이 속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창조물에 관심을 가졌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체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나를 비롯한 이들은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고, 인간이 아닌 동물로 혹은 식물로 태어날 수 있던 것일까? 난 이 궁금증 왜 드는 것일까?
더욱더 이런 태생과 죽음에 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할 무렵이었다. 고대 문명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근원. 그 시작이 나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창조주는 나를 선택하여 이런 일을 겪게 하는 것인지. 내 심정은 주채하지 못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내 나이가 오 백세가 되기 전, 창조주가 정말 오랜만에 내게 암묵적 메시지를 전했다. 일백 년이 지나 대홍수가 날 것이니 내 지시에 따라 생명을 구하기 위한 방주를 만들라고 말이다.
너무나도 내 삶에 있어 드라마틱한 하늘의 게시였다. 일백 년 뒤 엄청난 재앙이 들이닥칠 거라는 걸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아니 왜 그때 이런 일을 예비해 두었던 것일까... 내가 왜 이 시기에 노아로 태어났어야 하는 것일까... 점점 나의 생각은 복잡해져만 갔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기에 의로움을 보이려는 자들이 있었다. 그와는 반대의 세력을 지닌 악의 세력 또한 막강했다.
이 기나긴 싸움 선과 악, 이 둘은 도덕을 떠나 법적인 위계에도 큰 차이를 두고 있었다. 보수와 진보. 신문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구문명 속에서 생존해 나갈 것인가. 그저 나의 역할은 모든 생물들을 정결히 보살피고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수백 년을 살아가면서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기쁘기 원할 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는 살인이 일어나고, 가장 치욕스러운 광경이 벌어지고만 있다.
난 도망치고 싶다. 이곳에서도 왠지 모르게 정착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다. 나는 창조주의 게시에 따라 엄청난 크기의 방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방주를 만들기까지 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 채. 그저 만드는 일을 지속할 뿐이었다. 분명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 채 말이다. 그렇게 난 일백이십 년 동안 약 삼백 큐빗의 크나큰 방주를 만들었다. 내 나이 육백살이 되었을 무렵 엄청난 말로 표현 못 할 홍수가 시작되었다. 나는 서둘러 내 아내와 자식들을 안으로 들였다.
대홍수 동안 사십 일을 밤낮 가리지 않고 엄청난 비가 퍼부었다. 이런 광경을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일어나고 있단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일백 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내가 방주를 만들어야 하는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그럼 누군가는 이 일로 죽어야 했다는 것일 터인데... 그들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왜 창조주는 그들을 이토록 강압적이고 무섭게 죽이려 했던 것일까. 비가 내리고 물이 불어 올랐다. 비가 드디어 그치고, 물이 줄어들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이 안에서 일 년 정도를 보내야만 했다.
난 내 두 귀와 눈으로 창조주의 계시를 받았고, 살기 위한 준비를 했고 오로지 그의 뜻에 따라 살릴 자와 죽일 자를 구분했다. 이곳은 흑해였다. 유럽과 서아시아를 사이에 둔 바다. 큰 해협을 통한 지중해와 맞닿은 그곳. 신은 왜 이곳을 택했을까. 나는 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했다.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린 후 생육하고 번성하란 이야기 뒤엔 왜 이래야 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과거 나의 부모를 통해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든 만물을 창조한 이레, 창조주의 말을 듣지 않아 에덴동산에서 떠난 인물이 있었다고... 그리고 지금 수백 년을 살아가면서 조물주가 이토록 재앙을 내린 이유가 어쩌면 그를 믿지 않고 다른 신을 믿어서가 아닐까?라는 이견이 생겼다. 분명 신은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자들이 믿고 있는 신은 한 명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이 창조주만이 진리였던 것일까. 그를 믿지 않는 자는 모두 죽었다.
무언가 이 신의 존재를 거부하고 배척한다면 내 생명을 내놓는 건 너무나도 간단한 일임이 분명했다. 그럼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이 신을 의지하고 따를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이 미션을 수행해야 했고 죽는 그날까지 이 길만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왜 지금 이 시기에 태어났고 이 일을 하는 것이냐라는 거다. 생존의 법칙은 알겠으니 탄생의 이유를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죽음을 맞이하면 공허한 그 상태로 돌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