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지파의 조상

-탄생 게임 12편

by 웨카의 북카페

흐르는 시간 속 이제 나의 육체도 무거워졌다. 또 한 번 탄생 게임을 하러 가야 할 때가 왔음을 육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불변의 법칙.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 생태계에서 이제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로 여행을 떠 날 차례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 조물주의 세계가 있다면, 내가 다시 게임을 치러야 할 인류세계에는 점점 진화하고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내가 매번 탄생하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인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몇 안 되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태계였지만, 수 천년을 지나서는 인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고 그들의 문명도 함께 진화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수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초대 인류의 생명은 일 천년은 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죄가 들어오고 타락한 인간은 노아의 방주사태에 이어 엄청나게 수명이 짧아졌다. 아마도 이때부터 인류의 생태계는 큰 변화를 가지고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인간들은 인류의 문명을 위해 연구했고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절대 변화하지 않을 것 만 같은 것들도 새롭게 탄생되고 점차 계발되었다. 중요한 것은 보다 많은 데이터도 아닌, 예측도 아닌 조물주가 계획해 놓은 그 틀에 맞춰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불가능 한 수준의 같지도 않은 이야기로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시간과 국경을 모두 초월한 곳이다. 나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조물주는 분명 신의 한 영역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진화해 온 인류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예지 할 수 있었고, 바꾸고 싶은 과거는 미래를 바라보며 지금부터 바꿀 수 있었다. 내가 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대한 많은 기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죽음의 순간 앞에서는 수 백 년의 삶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내 혼이 나의 육신을 넘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깨어나면 난 다시 이 공허한 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 내가 탄생 게임을 계속 도전하는 이유. 분명 조물주는 내게 보다 큰 미션을 주고 있음을 나태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에게만 반복적으로 인류의 세계를 살아갈 수 있는 환생의 삶을 허락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이곳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나와 같은 또 다른 혼들도 똑같이 탄생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많은 생각들이 침묵 속 이어져갔다.


"이제 탄생 게임을 시작한다."

어디선가 나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내게 신호를 보내왔다. 깨어있던 나의 영혼은 잠시 잠들어 인간의 세계로 향한다.


"응애, 응애."

쌍둥이 형과 함께 태어난 내 이름은 [야곱]. 내 이름은 속이는 자, 발뒤꿈치를 잡다는 뜻을 지녔고 이는 아마 내 초기 행동과 성격을 암시하는 것에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 때 장자는 아버지의 재산 중 두 배의 몫을 상속받았다.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고 번영을 위한 엄청난 특권이었다. 무엇보다 조물주의 축복을 계승하는 의미로 이어져왔다. 나는 이런 장자의 권리와 축복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내 위로 형이 한 명 있었으니 장자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단 사실에 매우 허탈함을 안고 살아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늘 장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왔다. 나의 이 간교한 성격은 마침내 그 특권을 가져오기 위해 한 사건을 만들었다. 눈먼 내 아비를 속였고, 내 형을 팥죽 한 그릇에 속인 적이 있었다. 팥죽이 당시에 비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내 형 [에서]가 사냥에서 돌아와 매우 굶주림으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고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받아 온 것이었다.


"형, 네가 지금 힘들어 죽게 생겼는데 장자권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

형은 답했다.

"그래, 일단 배 고파서 살 수가 없다. 내 장자권을 너에게 주리라."


야곱인 나는 장자권의 영적인 힘과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실은 이를 미리 계획해 놓은 것이었다. 장자권이 가진 축복과 특권. 난 그것이 필요했다. 이는 나의 어머니 [리브가]의 도움 또한 있었다. 그리고 난 형을 가장하여 내 아버지 [이삭]에게 장자의 축복을 받았다. 그런데 이 행위가 들킬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분노한 내 아비를 피해 하란으로 도피해야만 했다.


도망치는 길이 너무나도 길고 험난하여 내 육신은 지쳐갔다. 서둘러 잠시 베델이란 곳에서 적당한 자리를 골라 누웠다. 눈을 감았다.


'쉬이이이이.'


하늘에 닿는 기나긴 사다리. "내 너와 함께 하리라." 조물주의 음성을 듣고 급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 길로 하란에서 외삼촌 [라반]을 만나 약 이십 년간을 머물며 일을 도왔다. 라반과의 갈등 속에서도 조물주는 나를 축복해 주었다. '왜였을까? 보잘것없고 아비와 형을 능멸한 나인데...' 그리고 그의 뜻에 따라 난 다시 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형과의 대면이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이제 난 예전의 영악한 야곱이 아니었다. 하늘에 닿은 그 사다리가 나를 이끌었고 조물주의 뜻이 내 몸을 움직였다. 고향에 가던 길에 어느 한 이와 씨름놀이를 하였는데, 그 씨름을 하고 난 뒤 조물주는 내게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울 지어 주었다. 나의 삶은 이제 기존과 전혀 다른 삶이 되었다. 그 아래로 12명의 아들을 낳았으며, 이들을 통해 나는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의 조상이 되었다.


탄생 게임을 통해 악을 일삼던 내가 다시 조물주에 의해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번 생에 열 두 지파를 일구고 죽음을 준비하던 나. 아들을 모두 불러 장래를 예언하고 그들을 축복했다.


"내 유해를 가나안 땅의 막벨라 굴에 묻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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