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후회해서 뭐할까... 이미 시작했는데 돌이킬 수 없으니 가시밭길이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왕이면 절대 후회 없는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인생 첫 창업은 시행착오의 시작점이라 완벽할 수 없다. 우린 완벽한 창업이 아닌, 최적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1. 여기가 아닌가...?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이런 생각은 점포 계약 전에 했어야 한다. 난 장소에 대한 후회를 두 번이나 했다. 그것도 연달아... 그 뒤로는 장소 선택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장소를 선택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장소는 매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그러니 우리는 점포를 결정할 때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만큼 고민을 지구 끝까지 해보는 게 좋다. 그런 다음 계약을 해도 절대 늦지 않다. 스스로 기준을 세워 놓고 적합하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처음 창업하는 우리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이 취약점 때문에 괜한 고집도 생기고, 취약점 때문에 영업을 목적으로 한 많은 사람들이 취약점을 파고든다. 창업을 준비할 땐 우리의 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할 점포를 알아볼 때 절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는 Fact만 들을 것! 판단은 절대 스스로만 할 것!
부동산 중개인이 말할 수 있는 Fact는 보증금 / 권리금 / 면적 / 계약조건 / 건물주 관련 정보 / 장소 주변 정보 등이다. 보통 여기에 부동산 중개인의 영업 포장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상품을 파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상품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창업할 때 이 포장된 영업 멘트에 넘어가서 쉽게 계약을 해버린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부동산 중개인 잘못이 아니다. 쉽게 넘어가는 우리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창업은 가진 예산을 다 잃어버리고, 부채까지 떠안을 수도 있는 절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1-2백만 원으로 창업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는 최소로 창업해도 1억이 평균이다. 그러니 그 주체인 우리 스스로 제동을 걸며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매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중개인을 악역으로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다. 영업에 충실한 것이고, 다만 그 영업에 우리의 창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난 이런 적이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의하면 발렌 파킹이 충분히 될 거라 했다. 발레 서비스는 그 자리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발레 서비스가 없다면 예상 고객의 80% 이상이 사라지는 꼴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체크하는데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들었다. 게다가 건물주까지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오픈 직전 발레 부스에 찾아갔을 때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암담했다... 하지만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다. 내가 끝까지 알아보지 않았던 게 잘못이니까... 난 오픈 직후 후회를 했다. 예상 고객의 80%를 잃어버렸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잃어버린 80%의 손님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래 못 버티고 문을 닫아야 했다. 무엇이 날 그렇게 눈멀게 했을까? 기가 막힌 외관 때문이었다. 주택개조 카페로는 너무 이상적인 외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전부터 그 건물은 그 멋진 외관 때문에 내게 많은 상상을 보여줬다. 그래서 보자마자 계약했다. 그날 내가 본 것은 확신이 아니라 기분 좋은 상상일 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오래 거래한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한다. 사실... 남일을 자신의 일처럼 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점포 계약 전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고민할 시간 없다고 재촉하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고민할 시간에 누군가 계약했다면 그냥 나와 인연이 없었던 걸로 생각하는 게 좋다. 이 바닥에 빈 점포는 많다.
그리고 우리가 오해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산골짜기에 있어도 사람들은 찾아간다는 말... 절대 믿지 말기를... 이 말이 성립되려면 백종원, 이연복 같은 설득력이 있는 사람이 오픈해야 한다. 만약 그만큼 메뉴에 자신 있다면 뭐... 상관없다. 하지만, 그 정도 증명할 수 없다면 우리가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산골짜기 같은 위치에 멋만 잔뜩 부린 매장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메뉴에 특별함이 없다면 단언컨대 승산 없다. (만약 사람 많은 곳을 들어갈 자금이 없다... 면! 차라리 지금 창업을 하지 않는 게 좋다.)
2. 여유를 가질 걸 그랬나?
뭐가 그리 급했을까... 오픈하면 뭔가... 다음 챕터가 열리는 것 같고, 인생 새 출발하는 것 같고... 아무튼 그렇기에 우린 오픈을 서두르게 된다. 물론 나도 그랬었다. 창업 과정에는 지출만 있지만, 오픈하면 매출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잔이라도 팔려야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에... 준비도 제대로 안됐는데 오픈을 향해 서두르기 시작한다.
여유를 가지면 할 수 있게 많다. 오픈 전 할 일이 100가지가 있다면 답답하더라도 100가지 전부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사람보다 느림보 거북이가 훨씬 낫다. 벽돌 하나씩 쌓으면 결국 만리장성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리장성도 살아 있어야 쌓지...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우린 짧게 1-2년 운영하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은 한 장소에서 매장을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처음 가족과 함께 오픈한 카페는 지금도 13년째 운영 중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매장은 1년도 안돼서 문을 닫았어야 했다.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 준비한 첫 카페가 내 인생 가장 성공적인 카페가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우린 롱런 매장이 목표이기 때문에 급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10년가는 매장을 위해 1년 투자하는 게 과연 길다고 할 수 있을까?
3. 특별한 메뉴 없을까?
정신없이 오픈하고 나니... 막상 오픈하고 나니... 뭔가 부족하다.
뭔가 부족하다 해서 둘러보니 메뉴가 문제였다. 아마 처음엔 별로 신경 안 쓰였을 것이다. 커피가 다 커피고, 디저트가 다 디저트고, 빵이 다 빵이지 중요한 건 포토존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그게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후회하지 말고 이 틀에 박힌 생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지금부턴 가장 중요한 게 메뉴라고 기억해야 한다. 카페도 결국은 커피 외 다양한 카페 메뉴를 파는 곳이고, 사람들은 먹고 마시기 위해 방문한다. 이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포토존? 얼어 죽을 포토존. 포토존은 없어도 된다. 사람들은 포토존에서 매일 사진을 찍지 않는다. 어떤 소비자가 자신의 SNS에 매일 같은 포토존으로 도배를 하겠는가! 딱 한 번이면 된다. 하지만, 매일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려는 사람들은 많다.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이성적으로 봐도 감성적으로 봐도 메뉴 아닐까? (포토존... 사람들은 그곳이 괜찮다면 포토존이 없어도 포토존을 만들어 준다. 그러니 포토존 따위에 너무 몰입하지 말자. 정작 중요한 걸 놓친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메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고, 교육을 받는데... 그렇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네이버를 뒤진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뒤진다 해도 마찬가지다. 메뉴는 절대 초보자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천재적인 누군가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론 불가능이라 보는 게 낫다.
메뉴는 무조건 전문가한테 컨설팅을 받는 게 좋다. 처음이고 초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창업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메뉴 컨설팅부터 받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도 그 메뉴 Top 한 테... 시장엔 실전 경험이 없는 카운슬러가 많다. 심지어 매장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는 전문가... 가장 위험하다. 실전은 이론과 많이 다르다. 이를테면 한 잔을 만드는 것과 당장 수십 잔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는 과정이 천지차이다. 그런데 어떤 전문가는 겨우 1-5잔 정도 만들 때 효과적인 레시피와 동작 기술로 초보 창업자를 컨설팅하기도 하는데 진짜 위험한 케이스다. 전문가가 실전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상업적인 레시피와 동작 기술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집중된 시간에 수십 잔을 만들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상업 기술을 배워야 한다.
또 어떤 케이스에서는 너무 장인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한다. 장인이 바로 탄생할 수 있을까? 장인의 길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반백 년은 해야 그 분야의 장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창업자에게 필요한 건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과 정신력이다.
우리는 확실히 구분해서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확실히 경쟁력 있는 메뉴를 먼저 세팅하고 창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4. 나는 잘 되지 않을까?
난 무조건 잘 될 줄 알았다. 어릴 적부터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고, 지금까지 무탈했으니 창업에서도 분명! 멋진 행운이 따를 것이다. 개뿔... 나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엔 많이 벌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경우까지 봤다. 부자인가? 아니... 어떻게 창업을 하면서 많이 벌 생각이 없다고 말할까? 겸손의 미덕?
창업은 진짜 힘들다. 나는 1년에 딱 두 번, 구정과 추석에 겨우 쉰다. 어떤 창업자는 구정과 추석에도 바쁜 경우가 많다. 진짜 우리 창업자들은 쉬지 않고 열심히 해야 겨우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하루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해서 몇 년에 걸쳐서 확장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앞에서 많이 벌 필요 없다며... 말할 수 있을까? 난 민폐라고 생각한다. 창업시장에 뛰어들었으면 쉬지 않고 힘들게 일해야 한다.
그런 각오로 해야 한다.
나는 행운아가 아니다. : 행운이란 없다. 모두 뼈 빠지게 고생해서 얻는 값진 결과여야 한다.
나는 금수저가 아니다. : 금수저가 뭔가. 단순히 갖고 싶어서 매장을 오픈한 게 아니라 멋진 씨앗을 심은 거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 쌩초보 자이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매일 조금씩 성장해야 한다.
이렇게 한 계단씩 성장해야 겨우 생존을 하고, 성장을 하고, 성공까지 할 수 있다.
5. 창업 괜히 한 게 아닐까?
만약 이렇게 후회가 된다면 심각한 것이다. 오픈하자마자 느끼는 건...
그래서 창업은 함부로 할게 아니다. 우린 처음부터... 음... 결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먼저 창업이 어떤 탈출구여서는 안된다. 간혹 다니던 직장이 지루해 '카페나 차릴까?' 했다면 당장 생각을 접어야 한다. 물론 어떤 호기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건 괜찮은데, 당장 다 접고 창업에 몰입하는 건 좋지 않다. 분명 상상과 다른 현실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은 말 그대로 어떠한 업을 일으키는 것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창업을 일종의 소비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감성, 내가 좋아하는 메뉴, 내가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물론 자신이 오너이고, 자신의 것이니 마음대로 해도 누가 아무 말 안 한다. 사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난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자신이 유명 인플루언서라면 상관없다. 상상해보자. 가수 GD가 카페를 차렸다. 배우 유아인이 카페를 차렸다.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지 않을까? 백종원이 카페를 제대로 차렸다. 듣기만 해도 한번 가보고 싶지 않나? 이 정도 인플루언서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해도 괜찮다. 왜냐! 그만큼 영향력이 있어서 소비자들도 좋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보단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해줄 필요가 있다. 비록 자신의 개취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바라는 형태로 표현하면 도움이 된다.
사실 '창업 괜히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장사가 잘 안 될 때 드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높고 바쁘면 저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우스개 소리로 장사가 잘되면 어디 하나 부서져 있어도 고칠 생각도 안 한다.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니... 그런데 한가하면 모든 게 눈에 밟혀 부서지지도 않았는데 고쳐달라고 한다. 한가한 나머지 신경 쓸게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창업에서 진짜 중요한 건 감성 실현이 아니라 매출 신장이다. 돈돈돈 거린다. 돈을 좇으면 안 된다. 등 아직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들 때문에 가치를 추구한다는 핑계로 착각해서 갬성 실현만 하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처음엔 좀 쫓아도 된다. 아니, 처음엔 쫓아야 한다. 죽을 뜻이 쫓아가야 겨우 매출이 오른다. 이 점을 우린 절대 잘 못 알고 있으면 안 된다.
사실 케이스에 따라서 우린 창업에 대한 이런저런 후회를 한다.
첫 창업에 후회가 없을 수 없다. 그 모든 후회를 예방할 수 없지만 안 해도 될 후회는 미리 차분히 준비하여 안 하는 게 좋다. 때에 따라서 후회는 우리 창업 길에서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 첫 경험에 한번 수렁에 잘 못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창업은 그 어느 누구도 공짜로 도와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 잘해서 버텨 나가야 한다. 그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