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창업할 때 어떤 항목에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갈까?
당연히 인테리어라 답할 수 있다. 물론 어느 경우엔 임차 보증금과 권리금 비중이 더 큰 경우도 있다. A급 상권일 경우인데, 다수가 A급 상권에 창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임차비용은 회수가 가능하기에... 인테리어에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게 맞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얼마나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Yes라고 답을 할 수 있다면 창업 베테랑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창업이 처음일 테니깐... 그나마 이미 몇 번의 매장 오픈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시행착오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아가겠지만 처음인 창업자들은 진짜 백지라고 할 수 있다. 백지.
그런데 차라리 백지가 다행일 수 있다 했던가? 제대로 알려주기만 한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하는 창업자들을 만나면 인테리어 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이 있다.
우리는 처음 차량을 구입할 때 아반떼를 선택할지, 소나타인지, K5인지, 그랜져인지... 수개월은 고민을 한다.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 성능은 어떤지, 승차감은 어떤지, 현재 내 경제력에 어울리는 차종은 무엇인지 등... 뿐만 아니라 차량을 구입했을 때 구입비 외 필요한 보험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정말 꼼꼼히 알아본다. 꼼꼼히 알아보는 수준이 창업자보다 나을 때도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시승도 해보고, 또 시승해보고, 차량 딜러들한테도 알아보고, 네이버 카페 같은 곳에도 가입해보고, SNS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창업을 이렇게 준비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처음 창업하는 창업자가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시간은 평균 7일도 안 걸린다. 점포 계약을 하는 순간 마음이 조급해져서 최대한 빨리 공사를 시작하고 싶어 한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고 있으면 정말 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많다.
"인테리어 전문 가니깐 알아서 잘해주시겠죠. 빨리만 해주세요."
"저는 이날 무조건 오픈해야 해요."
"주방 먼저 완성해줄 수 있나요? 홀 공사하는 동안 메뉴 연습하려고요."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들이 있는데, 정리해보면
최대한 저렴하게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완성해야 한다.
최대한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 등...
사실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 조건들이다. 냉정하고 냉혹할 수 있지만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 저렴하게 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멋진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상품이 그렇다. 실속형에 얼마나 많은 기능이 있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깡통 차는 깡통이다. 굴러가는데 목적이 더 있는 것이다.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픈하고, 운영하는데만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저렴하게도 가능하다. 갖출 것만 갖추면 되니깐. 문제만 없으면 되니깐.
최대한 빨리 완성하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모든 서비스에서 프리미엄은 비용이 당연히 높다. 그중에서도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프리미엄이 저렴할 리가 있을까? 빠르게 하는 것보다 바르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정상적인 스케줄에 맞춰서 진행되는 게 옳다. 안 그래도 처음인데... 그래서 늦게 걸리는 게 뻔한데... 시간을 단축시키면 얼마나 엉망이 될까...
최대한 멋지게 만들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황에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우린 인정해야 한다. 노상 평상에서 양푼 그릇에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고급스러운 연출을 바랄 수 있을까?
(물론 어떤 경우에 있어선 좋지 않은 업체를 만나 최악의 결과를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내용에서 제외했다. 좀 더 일반적인 경우를 대상으로 쓴 글이다... 대신 꼼꼼히 제대로 알아보고 업체 선정하는 것으로...)
다소 냉정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우리는 현실감각을 온몸에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예산을 가장 잘 활용할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만족스러움. 첫 술에 어떻게 배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창업. 1-2년만 하고 끝낼 생각은 아니지 않았을까? 내 인생 첫 매장이다. 가진 여건이 충분하다면 그만큼 하면 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우린 첫 매장답게 오픈하면 된다. 배워야 할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편에서는 손해보지 않을 방법. 현실적인 감각을 설치하는 방법.
1.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인테리어 리서치를 시작하자.
인테리어 실무는 전문가에게 맡기더라도 자신의 매장, 브랜드에 대한 핵심 요소들은 자신이 직접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인테리어 리서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 우리는 비용에 관한 조사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게 바로 시세다. 시세를 알아야 지금 내가 지불해야 되는 금액이 적합한지 알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매장들을 방문하고 희망하는 자신의 매장 완성된 수준에 대한 감각을 익혀놓는 게 좋다. 차후에 디자이너들과 미팅하면서 이 정도 수준으로 완성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인지 인터뷰하다 보면 시세를 어느 정도 감 잡을 수 있다. 대부분 대략 이 정도? 또는 경우에 따라 달라서 답 하기 어렵다 등의 답을 들려주는데 상관없이 계속 인터뷰하다 보면 스스로 감이 오게 된다. 그러면 내가 바라는 결과물에 따른 예산을 얼마나 생각해야 하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그래서 시세 파악은 굉장히 중요하다.
- 다른 브랜드들은 공간에서 콘셉트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직접 익혀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제안을 받을 수 있지만 매장의 오너로써 희망하는 바는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그 존재 가치가 살아난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 디자이너의 실무를 빼앗으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간혹 이런 점을 오해해서 디자이너에게 직접 적인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직접적인 실무 개입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 때가 더 많다. 자신은 훈련되지 않았고, 디자이너는 훈련이 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여기를 녹색으로 해주세요!" 보단 "이 부분에선 상쾌함, 신선함 등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가능하다면 "이 부분에선 상쾌함, 신선함 등이 느껴졌으면 좋겠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녹색 계열?을 떠올리긴 했어요." 이 정도 요구사항을 말할 줄 안다면 디자이너는 가이드 안에서 마음껏 뛰 놀 수 있을 것이다.
- 다른 브랜드 공간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을 수집하면 좋다. 벤치마킹은 굉장히 필요한 것이고, 적절한 재해석과 발전은 항상 필요하고 좋은 것이다. 아이디어 수집을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내 것들만 남게 된다. 왜냐하면 현실에 있는 아이디어들 중엔 순간의 만족을 주는 것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아이디어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들었더라... 답을 모르겠을 땐 시장 1등, 2등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는... 난 공감한다. 100%. 어설픈 것보단 성공한 레퍼런스가 100배 낫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리서치할게 많지만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디자이너와 미팅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 셀프? 창업 베테랑이 아니면 시도하지 말자. 아니, 창업 베테랑도 절대 안 하는 게 셀프다.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셀프 인테리어는 추천하지 않는다. 가끔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셀프로 자신의 집을 짓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몇 년을 투자해 집을 혼자 짓고 살고, 부부가 직접 지어서 산다. 물론... 자기 집인데 뭘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매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환경을 위한다면 어설픈 셀프 인테리어보다 전문가를 통해 제대로 완성시키는 게 좋다.
(진짜! 셀프 인테리어를 꼭 하고 싶다면... 그 방법은 다음 편에 계속...)
3. 인테리어 업체 선정 기준을 정확히 정하자!
크게 인테리어 업체는 디자인 / 디자인+시공 / 시공 이렇게 세 가지 범위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이미 매장 인테리어에 관한 대부분의 디자인 계획을 정해 놓았다면 시공업체를 찾는 게 비용도 절감되고 좋다. (보통 주거 인테리어에서 발생하는 상황인데, 클라이언트가 대부분의 계획을 다 결정해 놓았을 경우 사실... 디자이너를 만나면 디자이너가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냥 시공 감리 정도? 그럴 때 시공업체를 찾는 게 서로에게 좋다.) 물론 결과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시공업체에게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기 때문이다. 시공 완성도랑은 조금 다른 표현인데, 시공업체는 디자인 인풋이 들어가는 만큼 아웃풋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필요한 것...)
만약 그게 아니라면 디자인 + 시공이 가능한 업체 또는 디자이너를 찾아보는 게 좋다. 그리고 디자인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는 게 좋다.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절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시공업체 하고만 진행하는 것보다 비용은 더 들어갈 수 있다. 디자인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오해가! 있다. 시공업체를 만나야 할 창업자가 디자인업체를 만났을 때다. 창업자는 여기는 녹색으로 저기는 타일로, 여기는 또 이렇게 저렇게 다 말했을 것이다. 그럼 디자이너는 그 요구사항들을 단서로 놓고 공간을 분위기 좋게 디자인했을 것인데... 여기서 창업자는 자신이 전부 디자인했는데, 무슨... 디자인 Fee가 발생하는 것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절대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냥 시공업체를 만나면 된다.
4. 점포 계약 전 선정된 인테리어 업체 또는 디자이너와 현장을 방문해보자!
어떻게 점포 계약 전 업체 또는 디자이너를 선정할 수 있을까? 궁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권유한다. 우선 점포를 계약하고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짧은 시간에 설계안을 뽑아야 하고, 견적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유익한 걸까? 게다가 업체 입장에서 진짜 눈감고 계약만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면 거짓 견적서로도 충분히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서류 행정... 은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류 행정과 영업 멘트로 계약을 가져가는 업체가 너무 많다.)
그래서 점포 계약 전 인테리어 관련 미팅을 충분히 하며 어떤 업체가 자신과 성향이 맞는지, 대화가 되는지, 자신이 걱정하던 부분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기획안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 프로젝트들을 해왔는지, 디자인 철학은 어떠한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미팅을 하고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단기간에 생각 없이 뽑아낸 설계안과 견적은 모든 업체가 비슷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이젠 다른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선정된 업체와 점포 계약 전 현장을 방문해 공사 컨디션 등 체크해야 될 것들을 체크하는 게 좋다. 그래야 점포 선정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점포엔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가려져 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점포가 있다면 계약금이라도 걸어두고 점포 계약서 작성 전 설계를 시작하는 게 시간적으로 유리하다. 계약금을 걸어두고 설계를 미리 진행하고, 잔금 치르면서 렌털 프리 기간을 받고, 또 시공까지 여유 있게 들어가게끔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다. 꼭! 추천한다.
5. 어떻게든 렌털 프리 기간을 최대한 끌어내자! 그리고 여차하면 1개월 임대료 정도는 예산에 포함하자!
요즘은 렌털 프리 기간을 넉넉히 주는 건물주가 은근히 많다. 그래도 최대한 설득하는 게 좋다. 일생에 한 번인데 민망해할 필요도 없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난 집요하게 설득하라고 말한다. 경험상 건물주 또는 임대인 10명 중 6명은 렌털 프리 기간을 공시된 정보보다 더 많이 줬다.
그리고 렌털 프리가 짧을 때 준비하다 보면 첫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는데, 대다수의 창업자는 조급한 마음에 '빨리빨리' 하고 싶어만 한다. 그럴 때 일은 꼭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면 큰 걱정 없다. 매뉴얼이란 게 있어서 시작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획된 일정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인 매장은 조금 다르다.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고, 그러니 여유를 갖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6. 인테리어 업체와 첫 미팅 시 책임 범위와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자!
인테리어 업체마다 일하는 방식은 전부 다르다.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니 제대로 체크해야 한다. 창업자는 질문만 하면 된다. 견적 범위와 업무 범위를 알려달라고 하면 된다.
보통 <가스인입 / 가구 코디 및 납품 / 전기증설 / 소방 완비 / 덕트 설치 / 에어컨 등등> 이 외에도 체크해야 할 이슈들이 많을 수 있는데... 견적 범위란 견적과 계약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고, 업무 범위란 작업지시 및 업체 컨택, 현장 감리 등을 봐줄 수 있는지에 관한 협의다. 나는 보통 업무 범위에 포함시킨다. 왜냐하면 상황조건에 따라 견적 내용이 너무 유동적이라 사전에 견적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위 범위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넘어가야 과정에서 오해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필수!
7. 이왕 맡기는 거 제대로 맡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창업하는 창업자는 인생을 두고 매장 인테리어를 얼마나 경험해 봤을까? 반대로 난 매일 창업자를 만나는 게 직업이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과연 한 현장을 두고 처음 창업하는 창업자와 나. 둘 중 제대로 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데 다수의 창업자는 여전히 전문가보다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 나쁘라고 적은 것은 아니다. 사실이다.)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있다.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긴장을 해서? 왠지 당하지 않으려고? 게다가 자동차 정비소도 아니고 매장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결코 도움이 안 되는 방식이라 말하고 싶다. 일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알아서 잘 챙기겠지... '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왕 맡길 거면 제대로 맡기는 게 좋다. 그럼 제대로 일하려는 입장에서는 꼼꼼히 더 챙길 것이다. 이왕 비용 지불하는 거 제대로 서비스를 받아보자!
아... 막상 적으려니 손해보지 않는 인테리어 준비하는 법... 너무 많다. 이렇게 적다간 장편소설 하나 나올 것 같아서 행운의 숫자 7에서 멈춘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프라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