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훔쳐본다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마치 스파이가 된 것처럼 상권에 침투해 미래 내 고객들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미래 고객을 미리 만날 수 있으니 카페 준비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된다. 난 일의 특성 때문에 수시로 다양한 상권을 가게 되는데, 꼭 내 매장을 위한 게 아니더라도 지금은 습관처럼 소비자들을 관찰한다. 소비자 속에 많은 정보와 정답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창업할 때 우리는 상권을 분석하기 위해 상권을 찾는데, 사실 정확히 뭘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거리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처음! 창업하는 경우엔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단점은 점점 자신에게 유리한 생각만 다지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발품이라는 것도 아는 게 있어야 의미가 있고, 성과가 있다. 쉽게...
내가 좋아하는 백종원 대표가 시장조사를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정만 했는데도 시장조사 진짜 제대로 할 것만 같다. 왜냐! 백종원 대표니까. 그런데 생전 처음 창업하는 사람이 시장조사를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뭐랄까... 안타깝지만 뭔가 고생 중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진짜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나도 고생 중이다. 그나마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고 많은 경험 때문에 아주... 조금은... 잘할 수 있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며 시장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붐비는 어느 거리를 보며 '오~ 유동인구가 많은데?'... 생각을 했다 보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유동인구가 많은지이다. 단순히 유동인구만 많다고 전부 고객이라 생각하면 오산일 것이다. 이를테면 스타필드와 같은 쇼핑센터 인근에는 정말 유동인구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쇼핑센터에 가려는 사람들이지 그 인근에 목적이 있는 경우는 소수일 것이다. 이럴 경우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다고 진입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리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상권을 방문할 때 우리는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상권을 둘러볼 때가 많다. 왜냐하면 점포자리도 동시에 알아보면 좋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 경험상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해당 점포 안 좋은 점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부동산 중개인은 모든 점포를 다 좋다고 포장한다. (여기서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점! 그렇다고 부동산 중개인이 거짓만을 말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도 자신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아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영업을 하면서 자신이 팔고 있는 상품이 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처음 창업할 때 우린 기분 좋은 소리에 쉽게 넘어간다는 게 문제다.
나도 겪었다. 내 예산에 적합했을 뿐인데 좀 더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부동산 중개인의 칭찬에 곧장 고민도 안 하고 계약해버렸다. 결국 절대 카페 자리로는 이점이 없었던... 곳에 카페를 오픈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도 사실 그 뒤로 한 번 더 또 실수를 하게 됐다... 그 정도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전문가들의 달콤한 말 한마디가 강력한 설득이 된다.
그렇게 두 번의 실수를 하고 나서야 나만의 철칙이 생겼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철칙대로 행동했다.
별것 아닌 철칙이지만, 그 철칙이 나를 지켜준다.
철칙 1.
누군가의 말에 의한 결정 보단 나 스스로 판단이 가능할 때까지 알아본다. 파고 또 파야 한다.
철칙 2.
부정적인 부분들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고, 개선 방법까지 생각해본 후 다시 바라보자. 일단 긍정적인 부분들은 해결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에... 크게 집중 안 하는 편이다.
철칙 3.
지인이 아닌 베테랑에게만 조언을 구하자. 지인과 가족은 내 편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엔 전문가가 당연히 자격이 있다.
철칙 4.
결심 직전 시간을 두고 판단을 하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생각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생각이 있다.
철칙 5.
조건부 결정이 아닌 진짜 내 결정을 하자. 조건부 결정은 항상 실패할 때 조건을 탓하게 되더라.
창업할 때 나만의 Tip을 공유하자면...
상권 내 스타벅스를 방문해보자!
상권마다 스타벅스가 있는데, 그 스타벅스에 방문해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면 일단 상권 내 대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 연령대도 확인할 수 있고, 성향도 확인할 수 있고, 소비 습관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100% 정답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난 스타벅스를 그렇게 활용한다. 요즘은 스타벅스가 상권마다 생겨 좀 더 파악하는 게 쉬워졌다. 거리를 다녀보는 건 그 상권에 점포 예정지가 발견됐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우선은 자신의 매장 콘셉트와 매칭이 되는 소비자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업무 정리를 하며 관찰하고 있으면 소비자들의 공통적인 특징들이 정리될 것이다. 내 경험상 오픈하면 80% 이상 일치하다.
상권 내 메가 커피를 방문해보자!
요즘 메가 커피 없는 상권이 없을 정도인데, 메가 커피를 살펴보면 테이크아웃 소비자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실 스타벅스와 달리 메가 커피는 저가 시장 브랜드로 또 소비자 한 묶음을 확보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카페 가격대에 따라서 메가 커피 소비자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메가 커피가 없다면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브랜드를 찾아보면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디야커피를 방문하라고 했는데... 어느새 메가 커피로 수정됐다.
그다음은 상권 내 대표적인 서비스 매장이 있는지 살펴보자!
이를테면 스타필드나 대형마트, 백화점, 또는 그런 대형 쇼핑몰이 아닌 번화가라도 분명 대표적인 매장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외식 매장. 또는 병원 거리 등. 그 상권을 대표하는 소비 매장이 있는데 그곳을 방문해야 한다. 그곳을 방문하면 그 상권 주 소비자들이 있다. 그 상권에서 주로 돈을 쓰는 사람들을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는 곳을 찾아서 방문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상권에 필요한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카페라는 업종을 정해 놓고, 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카페 소비자들을 미리 탐색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 어느 정도 내가 오픈할 상권이 좁혀졌다면 그곳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 난 주변 카페들을 방문한다. (그곳이 프랜차이즈 건 개인 카페 건...) 방문해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처음 창업할 땐 경쟁 카페를 방문해 비교를 하는 게 보편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여긴 이렇게 하고 있네? 하며... 위안을 삼을 때도 있고, 벤치마킹을 할 때도 있다. 처음이니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 경쟁 카페를 방문했을 땐 전략 모색을 하는 게 제일 좋다.
과거엔 연령대별로 하는 일에 따라서 소비자들을 구분했는데, 요즘은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취향' 요즘은 취향에 따라서 소비자들을 묶어 놓는다. 취향만 저격된다면 나이를 초월해 사람들이 모인다. 자- 그럼 역으로 내가 만나야 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게 좋은 게 분명하다. 다른 편에서 한번 다루겠지만, 내 취향이 곧 소비자들을 저격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내 취향은 제일 인기가 없다! 고 생각하는 게 옳다.
위에 적힌 Tip들이라고 읽었는데, 사실상 별게 아니라 실망했을 수도 있다.
맞다. 별게 아닐 수 있다. 내 경험상 창업에 굉장한 비법은 없다. 최고 전문가인 백종원 대표의 말을 종합해봐도 성공적인 매장을 원한다면 가장 기본에 집중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남는다.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맞이하는 소비자들을 끝가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시작도 소비자! 그 끝도 소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