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무엇보다 카페라면 기본적으로 커피는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콘셉트의 카페더라도 어쨌든 이곳에서는 커피가 가장 많이 팔릴 것이다. 특히, 아메리카노.
얼-죽-아 라는 표현이 괜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카페마다 보면 1순위 아메리카노, 2순위 카페라테가 가장 많이 팔린다. 그러니 커피가 가장 맛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아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내 손에 들린 아-아가 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 주고 산 거니 마시게 된다. 돈이 아까우니깐...
개인적으로 항상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커피만 맛있게 만들어도 사람들 기억에 오래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분명히...
솔직히 화날 때가 많다.
한 달에 1번 정도 만나는 커피 맛있는 카페,
내가 하루에 5~7잔 정도를 마시니까... 한 달이면 대략.. 못해도... 150잔...
한잔에 3,500원만 잡아도 525,000원인데...
그중 1-2잔만 맛있었다? 하...
그래서! 더더욱 맛있는 커피 만들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싶다.
가장 먼저!
절대 오해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커피 맛을 잘 모른다' 말하는 카페 오너들이 더러 있는데!!! 그래서... 우린 대충 해도 된다는 것인가!?
먼저 확실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장사! 건 사업! 이건 소비자에게 먹을 것을 제공할 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양심을 떠나 대충 하려는 생각이거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업종이라 생각한다. 분! 명! 히!
그리고 두 번째!
사람들은 커피 맛을 잘 모르지 않다는 사실! 물론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을 수는 있다. 아니, 없는 게 당연하지만, 기본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 히! 우리나라는 미식가 천국... 그래서 지금 내가 마시는 커피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정도는 쉽게 판단한다. 실제로 맛없는 커피와 평이 좋은 커피 두 가지를 가져다 놓고 사람들에게 고르라고 하면 두 모금도 마시기 전에 답을 한다. 분명 자신에게 맛있고, 없고를 판단할 줄 아는 소비자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처음 카페를 오픈하는 오너는 어떻게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난 이 방법을 두고 커피 맛! 3대 조건이라 말한다. 3대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관리하면 맛있는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다.
첫 번째 조건 : 원두
맛있는 커피를 위한다면 무조건 품질 좋은 원두를 선정해야 한다.
일단, 이 첫 번째 조건이 무너지면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한계가 있다. 무. 조. 건 품질 좋은 원두를 선정해야 한다. 품질 좋은 원두란? 커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원두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원두는 설명을 듣고 고르는 게 아니라, 마시고 고르는 것이다. 진짜 맛있는 원두는 커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엉망으로 내려도 어느 정도는 맛있다. (개인 의견...) 그러니 무조건 마셔봐야 한다.
난 무조건 마셔본 뒤 맛있는 원두만 결정한다. 커머셜, 스페셜티, 단종 블렌딩, 싱글 등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게 뭐가 됐건 내가 취급할 수 있는 납품가 내에 있는 원두라면 다 마셔보자. 그리고 마음에 든다면 결정하면 된다.
* 직접 로스팅을 하면 어떨까?
카페 시장 초장기보단 덜하지만 간혹 직접 로스팅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원두를 납품받는 것보다 직접 볶는 게 원가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 있다. 겉만 보면 틀린 소리는 아닐 테니... 원재료를 구입해서 자신의 노동력만 투입되면 원두가 생기는 꼴이니... 어떻게 보면 원재료비만 들어간다고 생각.. 아니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로스팅 세계는 또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일단 로스팅 머신 자체도 고가지만, 어떤 용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쓰임이 달라지는데... 뭐... 제조/유통까지 말하자면 너무 방대해지니... 딱! 자기 카페에서 소진하는 정도로만 말해보자!
규모에 따라서 1kg / 3kg / 5kg / 10kg까지 개인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1,000만 원 이하에서 시작하는 국산 로스팅 머신도 있지만 네임벨류가 있는 외국 브랜드 제품은 2,000만 원대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창업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많은 창업자가 1억~2억 사이 창업 예산을 가지고 있는데... 로스팅 머신 구입비만 창업예산의 10~25%까지 사용하게 된다. 또 카페에서 로스팅 머신만 사용할 순 없으니 에스프레소 머신 외 주방 요품들까지 전부 구입하면 창업예산의 거의 50% 이상이 머신 구입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산 계획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상적인 창업 비율이 정해져 있는 건 머신 구입비 외에 사용해야 할 비용들은 제법 많다. 그러니 안정적인 결과를 생각하면 함부로 직접 로스팅을 결심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꼭... 자본 부족만이 이유는 아니다.
로스팅 기술력이 단기간 교육을 통해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물론 머신 조작법 정도나 개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직접 로스팅을 해서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판매를 할 수 정도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원두 재고의 회전이 빠르지 않은 이상 원가절감에 큰 의미가 없다. 로스팅이란 게 1kg 볶아 놓고, 떨어지면 또 1kg를 볶아서 사용하는... 즉석 로스팅이 아니라 한번 로스팅을 할 때 어느 정도는 재고를 만들어놔야 되고, 또 원재료인 생두를 구입할 때도 진짜 원가율에 도움이 되려면 적어도 반백(30kg) 이상은 구입해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줘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OK?
그러니... 로스팅은 웬만해서는 안 하는 걸로...
두 번째 조건 : 그라인더
고사양 에스프레소 머신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겉모습만 생각하면 좋은 머신을 갖다 놓았을 때 왠지 커피 맛집일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느껴질 수 있다.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 예산 낭비다.
카페는 진짜 맛있는 원두만 있으면 가장 저사양 에스프레소 머신만 있어도 커피 맛집 만들 수 있다. 그럼 에스프레소 머신 성능은 커피 맛과 무관한 거냐고? 그렇진 않다. 누가 머신을 다루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마치 25개 건반으로 연주하는 것과 88개 건반으로 연주하는 것이 다르 듯 에스프레소 머신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무리 고성능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도 사용자가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 못하면 그 가치를 발휘 못하는 거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사실... 환경 조건과 비용 조건을 고려해서 고르는 것이지 원두 맛? 난 큰 영향 없다고 보고 있다. 환경조건이란, 예를 들어 오피스 상권의 점심시간처럼 집중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 있어 연속 추출을 해야 한다거나,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상권이어서 기본적인 판매 잔수가 높거나... 이런 환경 조건을 고려해서 적합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진 예산을 고려해 또 한 번 머신 필터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선택된 머신이 자신에게 적합한 머신이다.
카페엔 오히려 그라인더 투자가 도움이 많이 된다.
좋은 원두를 골랐다면 머신보다 그라인더는 최상급으로 구매하는 게 좋다. 성능도, 결과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카페 컨설팅할 때 무조건 그라인더는 최상급으로 권유한다. 설득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상급 그라인더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라인더는 상급으로 가는 게 무조건 좋다.
세 번째 조건 : 레시피
세 번째 조건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뭘까? 생각하다 레시피라 적었다. 좀 함축적인 표현이다.
품질 좋은 원두에 성능 좋은 그라인더를 갖췄다면 이제 남은 건 누가 어떻게 커피를 만들었냐에 관한 것이다. 관리라고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기도 했는데- 하나의 메뉴다 보니 '레시피'라는 단어를 골라서 표현했다. (사실 프로세스 관리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원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그 원두를 어떤 세팅으로 분쇄하느냐에 따라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서, 마지막으로 어떤 음료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과정에 굉장히 몰입되어 있고, 즐긴다. 어느 누구는 큰 차이가 있나? 하면서 여전히 소비자들은 맛 차이를 구분 못하다고 하지만... 난 정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굉장히 중요하다.
경험이다...
- 원두를 대충 쌓아두고 보관하는 것과 빛이 차단된 곳에서 적정 온도에 잘 보관하는 것은 큰 차이를 가져온다.
- 그라인더에는 호퍼 라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곳에 원두를 얼마나 부어놓고, 또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속 원두를 채워 놓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반응은 다르다. 나만의 루틴일 수도 있고,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다.
- 그라인더 세팅도 중요하다. 바스켓에 얼마나 담느냐, 담을 때 굵기는 어떤 굵기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 이 모든 게 또 어떤 맛의 표현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지고 또 그 결과도 다르다. 누구는 수치에 의한 세팅을 하지만, 나는 주로 맛에 의한 세팅을 한다.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 아이스 음료라면 어떤 제빙기를 사용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정수 필터에 따라서도 그 맛은 달라진다.
- 컵 용량은 어떻게 되고, 에스프레소 샷과 물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확실히 커피 매니지먼트가 맞다.
사실 이 모든 게 글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적당한 시연과 함께 강의를 할 수 있었다면 훨씬 이해가 잘 될 텐데... 상황이 너무 아쉽다.
이성적으로는 원두 / 그라인더는 좋은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이 잘 관리될수록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는 직접 경험이 동반되어야 더욱 와닿는다. 커피는 곧 경험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카페 창업은 커피부터 제대로 마시기 시작해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