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동상이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매장.
사장과 직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즐거운 회식 자리에서도 불편한 그들의 관계, 웃고 있어도 함께 웃고 있는 게 절대 아닌 그런 관계.
나도 어느 한쪽에서는 사장의 자리에 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꼭 써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꼰대 사장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창업자와 상담하는데, 창업자는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들어보니 아마 대부분의 창업자가 비슷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요즘 직원들 툭-하면 그만둔다는데 걱정이에요.
처음 창업자의 걱정을 들었을 땐 공감이 됐다.
그땐 나도 한참-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비슷한 처지라 생각했던 것 같다. 창업자와 공감해주면서 내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이런 걱정하니까 우린 사장이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사업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끝도 없이 무너졌다. 내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고,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이 됐다. 모든 걸 다 잃고 0이면 차라리 웃었을 수도 있다. 0이면 아주 조금만 해도 1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난 0이 아니라 좌표에서 -500 정도 찍혔을까? 다시 1까지 올라가려면 한참을 다시 쌓아야 했다. 괴로운 시기였지만 그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중 하나다. '요즘 직원들 툭-하면 그만둔다는데...'라며 걱정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부끄럽다. 같은 고민을 한다며 창업자와 함께 툭-하면 그만두고 떠났던 직원들의 이야기를 마치 하나의 썰처럼 풀어대던 그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직원들 툭-하면 그만둔다...' 이런 걱정은 이제부턴 꼰대 사장이나 하는 걱정이라 말하겠다. (괜히 또 여러 사장들 들고일어나진 않을까 걱정이네... <-- 이것도 꼰대다.)
모든 걸 잃었을 때 문득 나의 과거를 반성하며 들었던 생각 하나가 있다.
'과연, 툭-하면 그만두는 직원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사업이 어려워지고, 내가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바로 나. 나 자신에게 있었다. 그 어떠한 이유도 나를 제외하곤 찾아낼 수 없었다. 내가 욕심이 과했고, 그래서 판단 착오가 있었고, 선택을 잘 못했고, 결정을 잘 못했기 때문에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됐다. 이렇게 내 실패에 대한 모든 상황과 원인을 하나씩 곱씹으며 반성을 할 때 위와 같은 생각도 하게 됐다.
과연, 툭-하면 그만두는 직원이 문제였을까?
내가 그만두게 한 건 아닐까?
물론 케이스마다 원인은 다를 수 있다. 내가 나 스스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건 100% 확실하지 않을 땐 어떠한 선입견도 고정관념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기에 '요즘 직원들 툭-하면 그만둔다는데...'라는 요즘 직원들에 대한 인식은 나부터 바꿔 생각할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
어느 경우엔 내가 그만두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상처를 줬을 수도, 불안감을 줬을 수도, 부담을 줬을 수도... 근무지 자체를 내가 관리 잘 못했기 때문에 그만둔 직원들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많았다고 나중에 듣고 더 확실히 알았다.)
사실 그렇게 열어두고 생각하니, 면접을 통해 마음에 드는 직원을 채용할 권리는 내게 있었지만... 반대로 마음에 드는 곳에 이력서를 넣을 권리를 가진건 직원들이었고, 그렇기에 Quit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것도 직원들에게 있었다.
자- 그래서 지금은 위와 같은 걱정 고민을 하는 창업자에게 확실하게 상담을 해준다.
사장님, 그건 모르는 것입니다. 과연 직원에게 문제가 있었을까요?
사장님은 완벽함을 보장하시나요?
모든 예비 사장님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어떤 경우엔 특정 직원에 문제가 심각하게 있는 경우도 있다. 사장이나, 그 조직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직원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케이스가 전부를 대변할 순 없는 것이다. 그게 맞다. 난 이 부분을 아무 명확하게 깨닫는 경험을 했다.
만약 이 글을 읽은 예비 사장님께서 직원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다면 놓치고 있는 게 많은 것이다.
있지도 생기지도 않은 일을 괜히 걱정할 시간에 좀 더 자신을 단련하고 훈련하여 막강하게 만드는게 현명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