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 JOHN의 오래오래 사랑받는 매장 만들기
프로젝트 때문에 여러 상권을 자연스럽게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생긴 습관. 동네 걷기.
난 미팅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주변을 좀 걷는다. 주변 상권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매장들을 구경하고 경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매장들을 구경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당장 자극적인게 더 좋을까?
많은 매장들이 점점 자극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메뉴도 평범하지 않아야 되고, 생긴 것도 평범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진 이유 때문일까? 지금은 매장 수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튀나?,,,
식음시장에서 브랜드를 기획하며 오래 활동했지만 최근 신기할 정도로 자극적인 아이디어들을 많이 보고 있다. 상권을 자유롭게 둘러볼 때만큼은 나도 일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된다. 상권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는데 최근 이런 경험을 했다. 자극적이었던 매장이었는데 그 매장을 한번 더 갔을 땐 처음에 좋았던 느낌보단 오히려 불편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한 번이면 됐고, 두 번부턴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곳들도 있었다. 처음에 느꼈던 신기하고 자극적이었던 경험은 왜 별로인 감정으로 변했을까? 왜 지속되지 못했을까?
반면 방문할수록 점점 좋아지는 매장도 있다.
이 매장들의 차이가 뭘까? 방문할수록 좋아지는 매장은 자극적인 매장에 비해 처음엔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 생각이 나고 갈 때마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경험 때문에 점점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처음만 자극적인 매장은 재방문율이 낮고, 점점 좋아지는 매장은 재방문율이 높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당장 자극적인 게 더 좋을까?
꾸준히 점점 좋아지는 매장이 결국 오래오래 사랑받는 매장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왜 브랜드 오너들은 당장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것일까?
난 브랜드 창업에 성공은 오래오래 사랑받는 브랜드 만들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한, 두 달만 반짝하는 브랜드? 과연 의미가 있을까? 팝업 스토어라면 모르겠다. 팝업은 일정 단기간 동안 이벤트처럼 오픈하는 스토어이다. 전시 박람회 같은 곳 참관도 마찬가지다. 일정 단기간에 가장 큰 효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세상 자극적으로 디자인 계획을 잡을 수밖에 없다.
최근 더현대에서는 많은 팝업을 경험할 수 있다. 그 팝업들을 경험하고 있으면 정말 즐겁다. 일반 매장보다 훨씬 자극적인 디자인과 아이디어들로 만들어져 있어 사진 찍을 맛도 나고, 경험하는 동안 즐거움을 준다. 심지어 판매하는 메뉴나 상품들도 자극적이어서 평소보다 소비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팝업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조명받고 활발해지다 보니 요즘 많은 소비자들이 자극적인 것들을 더욱 원하게 되었다고도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반 매장들도 마치 팝업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생각하는데 기업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 변화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전/후로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이 하던 기능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 제품판매가 주력이었다면 코로나 때 온라인 산업이 이를 다 가져갔고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판매가 주력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팝업스타일 매장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제대로 살펴봐야 할 문제가 있다.
기업 브랜드야, 사업적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판매가 주력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브랜드력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매장으로 운영할 수 있다.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렇게 매장을 운영하는 게 브랜드에 훨씬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 브랜드는 다르다. 그리고 개인 브랜드 중에서도 식음 매장이라면 더더욱 다르다. 단일 매장의 경우 실제 매출발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작정 기업 따라 하기식 브랜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황새? 따라가다가 다리 찢어지는 격? 개인 브랜드는 견디기 힘든 방식이다.
개인브랜드는 갈수록 사랑스러운 매장부터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을 잘 가꿔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매장을 만드는 게 좋다.
나는 브랜드를 기획할 때 고객 방문 빈도수에 따라서 브랜드를 바라보는데...
데일리 브랜드 : 매일 방문하는 브랜드
위클리 브랜드 : 매주 방문하는 브랜드
먼슬리 브랜드 : 한 달에 1-2회 방문하는 브랜드
시즈널 브랜드 : 계절별로 방문하는 브랜드
이얼리 브랜드 : 1년에 1-2회 방문하는 브랜드
그러니까, 무작정 공간연출에 힘을 주기보단 고객 방문 빈도수에 따라 공간을 다시 바라본다.
데일리 브랜드의 경우 나 스스로도 매일 방문해야 하는 브랜드, 카페 같은 공간이 있는데 너무... 누데이크? 같이 공간에 힘을 줬다면 아마... 편안하게 매일 방문하긴 힘들다. 피로도가 오히려 쌓일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스타벅스가 좋다.
반면 먼슬리, 시즈널 브랜드 정도라면 누데이크 정도 공간에 힘을 주어도 오히려 이색적이고 괜찮다. 기분도 나고. 그런 기획 때문에 고객 빈도수로 공간을 다시 바라본다. 우리가 젠틀몬스터를 매일 가는 건 아니니,,,
또, 갈수록 사랑스러운 매장은 시간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다.
어느 날 처음 만난 매장,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한번 더 찾았는데 전보다 훨씬 나아 보이고, 또 다음에 찾았는데 더 나아 보이고... 왠지 나와 함께 성장하는 것 같은 매장들이 있다. 추억을 간직한 채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매장도 좋지만- 갈수록 나와 함께 성장하는 매장도 매력적이다. (어쨌든 성장이 우선...)
Basic Design Style?
가장 기본적인, 근본적인 디자인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을 말한다.
요즘은 자꾸,
스타일의 파생과 접목, 또 재변형 등.
끊임없이 진화하고 재창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장 잘 표현한 공간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내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앞으로 개인 브랜드라면 Basic Design Style을 추구하는 게 큰 경쟁력일 수 있다.
다만,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일 수록 차별성과 경정력은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