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다정한 선생님은 볼 때마다 '좋아졌다'고 이야기해주신다. 실제로 나도 '이런 이런 부분이 안됐었는데 좋아졌어요'라고 이야기를 드리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문득, 이렇게 '좋아졌다'는 말을 주고 받은지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다 돼간다는 생각이 드니 서글퍼졌다. 여전히 사진을 찍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이렇게나 더디게 '좋아지는'게 무슨 소용인가...
특히나 다음주부터 유튜브 방송을 하게 돼서 마음이 더 급했다. 국제부에서 미국 대선을 맞아서 유튜브 방송을 주 2회 할 예정인데, 나는 여론조사 등을 갈무리해서 5분~10분 내외로 브리핑을 해야 한다. 앵커를 마주보면서 하니까 건측(마비가 오지 않은 쪽 얼굴을 이렇게 부른다)을 주로 비추게 되겠지만, 보기에 영 부자연스러우면 어쩌나 선글라스를 끼고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역시 사람은 '마감 기한'이 있을 때 부지런해진다. 한동안 느슨했던 얼굴 근육 운동을 열심히 했다. 눈을 감고 눈동자를 아래로 내린다. 왼쪽 턱 오른쪽 턱을 향해 각각 눈알을 굴린다. 오른쪽 아래로 눈동자를 내리꽂으면 눈썹 위와 눈 바깥쪽, 인중과 입가 옆 근육이 파르르 떨린다. 여러 부위의 근육들이 다 함께 '떡져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예전에 비하면 웃을 때 입꼬리도 많이 올라가고, 눈도 반달이 되어서 막연하게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 밑의 근육들은 그 모든 움직임이 그저 버거웠겠구나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이 속근육 운동은 눈꺼풀이 끝까지 안 감길 때 열심히 했었다. 눈이 잘 감기기 시작한 올해 4월 정도부터는 거의 안했다. 그게 뒤늦게 후회됐다. 속근육이 이렇게 덜덜 떨리고 회복이 안됐는데, 겉으로 보이는 표정 연습만 줄창 하는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그러다가 나의 모든 태도가 사실은 이런 식이었던가 싶었다. 속근육 없이 겉으로만 잘 보이고 싶어서, 기초 단계 밟지 않고 우당탕탕 마구잡이로. 운동에 재미 붙여 할 때에도 코어 근육부터 찬찬히 기를 생각하기보다는 빨리 근육 만들고 싶어서 막 무게를 늘렸던 것 같고, 심리적으로도 중심이 단단하게 서 있기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당당해 보이는'것에 집착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얼굴도(!) 안 보이는 '속근육'부터 제대로 훈련하기.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