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와 팩트> 를 읽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비논리성에 휘둘렸던 사례들을 열거해주는 책이다. 최근 유행하는 MBTI나 '디톡스 열풍' 같은 것들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미디어가 비논리성에 휘둘렸던 사례들도 매우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2016년의 미국 대선이 있다.
'중립 지키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소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 배경에 미디어의 '기계적 중립' 책임을 묻는다. 성차별적인 언행과 뻔한 거짓말을 수두룩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는 언론사들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힐러리 클린턴의 흠결도 트럼프와 비슷한 무게를 두고 보도하면서 사람들을 호도했다는 거다. "두 대상이 공유한 특성을 동등하다고 오판할 때 자주 발생한다.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므로 반려동물로 고양이와 호랑이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만큼은 '기계적 중립'의 폐해 운운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선 TV토론 이후 미국 언론의 팩트체크 대부분은 트럼프에 쏠렸다. 2020년 대선 불복부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지표/이민자 정책을 악화해서 과장한다는 점 등이 계속해서 보도됐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이민자들이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둥 트럼프의 발언이 거짓·과장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트럼프가 흠결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찍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미디어의 대중 영향력이 적어진 방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곧 1년간의 출산·육아휴직이 시작된다. 신생아와 함께 하는 하루가 얼마나 바쁘고 정신없을지 가늠이 잘 안되지만,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심도 가득하다. 그래서 짧게라도 읽은 책을 사진 찍고 독후감을 남기면서, 독서에 강제력을 부여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