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by 심수미

대학원을 다녀서 좋은 점은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수업이 빡빡하게 이루어지는데, 주중에는 발표 준비나 과제를 하면서 읽어야 할 페이퍼들을 소화하다보면 어느새 다시 토요일이 와있다.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추천해준 타사 후배가 "보통 직장인들 다니는 대학원이랑 달리 교과 과정이 빡빡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두 달만에 김진 교수님을 뵙고 왔다. 유착방지제와 보톡스 등을 추가로 맞고 왔다. 교수님을 기다리면서 모니터에 띄워진 내 근전도검사 결과지를 슬쩍 봤는데, 정확한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측의 기능이 100%이라면 환측은 대부분 50%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한때 거의 3~4%만 기능했던 발병 초기에 비하면 진짜 많이 사람 된 것이지만, 여전히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약간의 절망감을 줬다.


반쪽 얼굴이 50%만 기능하는 것과 동시에 나의 사회성도 50%정도는 감소한 상태인 것 같다. 초중고대-그리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나는 거의 늘 사람들과 잘 어울려왔다. 예의상으로라도 "밥 먹자"고 말을 꺼냈고, 상대방이 '밥 먹자'고 해오면 캘린더 앱을 열어서 되는 날짜를 불렀다. 회식에는 빠지지 않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라도 더 목소리를 높이고 '짠'을 외쳤다. 대학원 생활은, 그러니까 나의 내향인으로서의 첫 사회생활인 셈이다. 이제는 공식적인 식사 자리도 거의 가지 않고, 가더라도 한 시간여만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서고 있다. 뭔가를 먹을 때면 입을 오므려야 하니 눈가가 쪼이고, 비대칭이 심해진다. 친한 사람과의 밥자리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낯선 사람과의 밥자리는 더더욱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된다. 기자 업무의 최소 50%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기사를 쓰고 리포팅을 하는 건 글쎄, 한 20%정도 될까?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 발제 고민과 내부 회의를 하고 취재원을 만나고 통화를 하고 또 만날 약속을 잡았다. 50% 정도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쪼그라든 얼굴과 마음으로 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 나는 나만의 무기를 장착해야겠다,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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