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던 것에 가까웠다.
바쁘게 일했고, 문제는 늘 내 몫이었고, 조직 안에서 맡은 역할도 점점 무거워졌다.
겉으로 보면 분명 앞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정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일을 조금 더 능숙하게 반복하고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나는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버텼다.
잘 해냈고, 넘어가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게 성실함인지, 두려움이었는지는 그때는 구분하지 못했다.
성장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제자리를 지키는 데 에너지를 다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불편해질수록 나는 더 열심히 일했다.
더 바빠졌고, 더 많은 책임을 떠안았다.
그렇게 하면 이 질문을 조금 늦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성장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저 잘 버티고 있었을까.
이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어서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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