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로맹 가리
글로써 자신을 표현했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로맹 가리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 사람들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과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존엄을 일관되게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문제만 제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왜 해결하지 못하는지와 나름의 결론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그보다 더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왔고 사회나 종교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과 사랑을 보여왔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는 끝없는 굶주림과 내전, 독재 정치, 그리고 삶에 지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목에 “별”이 들어가는데 이 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별이 아닌 환각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상의 마약 마스탈라를 뜻합니다. 만성적인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마스탈라를 씹으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이방인 목사의 시선으로 로맹 가리는 보여줌으로써 독재와 가난에 젖은 제3 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한 미국인 여자의 회상으로 시작합니다. 독재자 호세 알마요의 옛 애인인 그녀는 난민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믿고 그들이 왜 가난한지 알지 못하면서 난민을 동정하고, 그들을 위한 도서관과 음악 홀을 짓습니다. 정작 난민들은 읽고 쓰는 것은 물론 먹을 것조차 풍족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오만은 반미운동의 시발점이 되어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애인의 명령으로 총살당할 위기에 처해서도 자신이 이 나라에 전화선을 놓았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그 명령이 전화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세 알미요는 미국 여자와 대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인 그는 원시적이고, 무지했고 악마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신비주의를 맹신하며 악마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커다란 악을 찾습니다. 선이 존재하지 않는 호세의 현실에 미국 여자가 가져다준 문명은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되었고 호세가 순수한 인디언에서 독재자로 변모하는 과정은 두 문명의 충돌을 작가는 잔인하게 보여주려고 한 거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몽롱하게 마스탈라 잎을 씹는 호세의 어머니는 무력한 민중을 보여줍니다. 취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지만 로맹 가리는 비단 마약에 취한 자들만은 아니라고 역설로 보여줍니다. 호세는 자신의 별인 악마를 쫓기 위해 광대와 예술에 집착하고, 미국 여자는 난민들을 구제하겠다는 자아실현에 몰입하는데 실제 그들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것을 맹렬하게 갈망합니다. 지독한 현실 속에서 선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낯선 환상보다는 차라리 낯익은 악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들을 관전하는 이방인, 호와트 박사는 그제야 왜 사람들이 아등바등 살아 가려 노력하는지 깨닫습니다.
P : 그들은 온갖 종류의 근사한 생각으로 마약을 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의 재능으로 혹은 사람들의 힘으로, 그들이 문명이라 부르는 것으로, 문화전당을 가지고 마약을 한다.
P : 인간들은 모두 하늘로부터 각자 특별한 하나의 재능을 받는데 그것을 마음속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마음속에서 깨어나 그가 여자를 바라볼 때마다 점점 커가는 것을 느꼈다.
로맹 가리는 이 작품을 불가리아 소피아, 미국 워싱턴, 볼리비아 라파스 등을 외교관직을 하면서 돌다가 사임한 뒤 쓴 후 1961년에 미국에서 발표를 합니다. 처음에는 <탤런트 스카우트>라는 제목의 영어 작품으로 발표했고, 그것을 1966년에 직접 불어로 번역해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으로 재발표를 합니다. 국내 번역본은 프랑스어로 고쳐 쓴 책을 토대로 하였습니다. 삶의 비참함과 허무를 독재자의 끔찍한 삶으로 더듬었음에도 로맹 가리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환상에 취해있지만 그럼에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