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로맹 가리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소설뿐만 아니라 날 것의 생각들도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인터뷰도 찾아보게 되고 신문이나 칼럼, 잡지 등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글을 찾기도 하지만 오래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파편을 찾기란 녹록지 않습니다. 그의 문장을 사랑하고 그처럼 글을 쓰고 싶어 했기에 1957년부터 1980년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글들과 대담을 한데 묶어 2005년에 출판을 한 이 책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작가가 뒤에서 지켜만 보다가 북 토크에 나와 독자와 마주한 뒤풀이를 하는 듯한 이 책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에세이집입니다.
“절대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카뮈의 말로 책의 시작과 끝을 알린 이 책은 그의 소설과 함께 제국주의, 국가주의, 청소년 폭력, 마약, 난교, 낭만, 감정 등 모든 자극적인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그의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당대, 역사,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 문제 전반에 관한 그의 생각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작가적 여정은 물론 개인사를 아울러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좀 더 인간적인 그의 모습과 하나씩 다져왔던 문학 세계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가끔 숨 막히는 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고백하는 그는 절대적일 수 없는 인간의 조건 속에서 그럼에도 변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적 여지만이 인간의 희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하나의 원료로 제시한 형제애는 신음하는 지금 우리들에게 어떠한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그의 목소리는 조금은 열정적이면서 공격적이기도 하고 종종 난폭하고 분노가 느껴지지만 그의 매력인 솔직함과 유머가 살아있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통찰력과 박학다식함으로 무장해 그 어떤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자신의 작품을 포함한 (포함하지 않든) 해설과 비평에 대한 반론은 크게 공감할 수도 있었습니다.
P : 내 소설 전체의 진정한 관심사는 인간의 존엄성이며, 인간의 권리입니다.
P : 사람들은 내가 차갑고, 살갑지 않고, 무심하고, 적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죠. 실은 전쟁 이후에 왼쪽 안면 마비가 와서 남들처럼 미소를 지을 수 없다 보니 그게 비웃음처럼 보이게 된 거예요! 이런 오해가 희극적이라 생각해요.
P : 그러나 나의 오랜 친구여,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로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에는 인간을 위한 자리마저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P :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며, 심지어 어느 곳에 이르게 될지조차 알 수 없는 혼란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공유한 이 슬픈 운명 앞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서로를 존중하며 대하는 것이다.
당시 로맹 가리는 재능이 넘치는 신인작가 에밀 아자르를 질투하는 한물 간 작가로 치부되었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평단의 평은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잘 모르는 그의 본명에서 따온 포스코 시니발디 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한편 더 쓰기도 했지만 아직 국내에 번역된 책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