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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21. 2023

Rene Magritte

by Marcel Pacquet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몇 년 전 5월이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와 체험형 전시로 마그리트 특별전이 인사동에서 열렸었습니다. 잠시 시간이 나서 갔었던 그곳에는 고화질로 된 작품을 영상과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마그리트 생애와 작품세계를 경험하도록 하여 우리 나름의 재해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인사이드 마그리트>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를 들여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것에 더해서 체험형 콘텐츠를 추가, 기획한 전시였습니다. 다양한 매체로 마그리트를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둔 전시였기에, 색다른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참신한 발상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원작을 보려 했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마그리트를 설명하려면 사진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사진기가 보편화된 1889년에는 코닥사에서 셀룰로이드를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제조한 롤필름을 생산하면서 대중에 보편화되었고, 1925년에는 작고 가벼운 라이카 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어떠한 장소에서든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는데, 마그리트는 사진기가 대중화되던 시기에 자랐습니다. 양복점과 정장 모자를 만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밑에서 자란 마그리트는 훗날 그림에서 자주 정장을 입고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것은 바로 부모님 직업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유년시절에는 아버지와 함께 사진기를 많이 조작했고 훗날 작품은 회화와 사진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1916년 브뤼셀로 간 그는 본격적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1920년대 중반까지는 미래주의, 입체주의 성향을 보이는 작품을 그리다 운명적인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봐버리고 마는데 이후 그는 초현실주의 성향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P : 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영감은 무엇이 일어나는 것을 아는 순간이다. 보통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기는지 모르고 있다.



르네의 그림은 처음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 확실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1928년 완성된 그의 작품 <잘못된 거울> 은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기 위한 첫 시도였습니다. 그는 눈을 그려놓고 제목에는 잘못된 거울이라고 표현했는데 눈=잘못된 거울이라고 말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눈이 있고 그 안에 하늘, 가운데 검은 점이 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실제 세상을 정확하게 비추지 않는다는 말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거울이나 사진기처럼 인간의 눈도 빛이 투영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르네는 원하는 이미지나 생각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사실을 우선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P : 나는 나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르네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사진기를 이용한 작업도 이어졌는데 여성의 몸을 그리는 포즈로 찍은 사진을 <불가능한 것에 대한 시도>라는 그림으로 그려냈고 이후 해당 그림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지의 무한 반복을 표현한 사진과 회화 시리즈를 시도했고 <통찰력>과 <통찰력을 그리는 르네 마그리트>라는 작품으로도 이어집니다.


여러 가지 표현기법을 통해 마치 예술가적인 사명처럼 고정관념 깨기를 시도한 르네는 그의 시도는 후세의 회화 미술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비록 화가였지만 대중문화, 광고, 사진 기술 등에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한번 정착한 생각을 바꾸기는 어려웠을 테지만 처음에는 생뚱맞았을지도 모르는 외롭고도 긴 예술 여정을 통해 르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성공합니다. 앞으로도 르네처럼 논리적이면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그림으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예술가가 탄생하길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트 전문서적을 만드는 타셴과 벨기에 국립중앙 박물관, 서울시립박물관에서 콜라보로 만든 책으로 1993년에 나온 작품집입니다. 서문에 쓰인 박물관장님의 말들 이외에는 어떠한 글도 실려있지 않고 작품만이 있습니다.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작품집이지만 다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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