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Nov 29. 2023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by 에드워드 올비

2013년 봄, 뉴욕에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인 스트랜드에서 폴 오스터와 에드워드 올비가 사무엘 베케트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올라갈 수 있는 3층에 오래된 고서적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 비밀 통로에 들어가면 30명 남짓 사람들을 모아놓을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스트랜드 관장님 주관으로 베케트에 대한 서로에 대한 생각과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 작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쓰고 독자들에게 다가갈지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약속된 훌쩍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주었습니다. 어느 한 독자가 에드워드 올비에게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하였고 왜 하필 버지니아 울프였는지 묻고 그거에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극으로 나온 이 작품을 그는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을 하여서 독자들이 서로 다양하게 이해하고 했던 이야기들을 재밌어하며 자신의 원래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을 <누가 환상 없는 삶을 두려워하랴?>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어느 누가 가식 없는 삶을 두려워하겠어. 난 자신 있어.”라는 생각으로 진실된 모습을 보이는 건 두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미 지긋이 나이 먹은 할아버지가 된 그는 당시에 자신이 허세가 있었음을 웃으면서 고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이 믿고 있던 것들,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면 과연 고통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환상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 놓는 세상을 뜻하였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허황된 믿음과 환상을 박살 내버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우리 앞에 대면 그 환상을 마주 보게 되면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민낯을 보게 되는데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환상이 깨진 삶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을 합니다. 왜 하필 버지니아 울프였느냐에 대한 대답은 이 작품을 썼을 때 울프의 삶을 돌이켜 보았고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책에 다가가기가 실제로 두려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과 많이 닮아서라고 이야기하며 제목의 그 자리에는 반드시 그녀여야만 했다고 하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이 책은 드라마, 연극을 위해 쓰인 대본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연극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날 수 있고 책에 있는 모든 글이 대사로 이루어져 있어 영화나 연극을 보듯이 실감 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평범하고 점잖아 보이는 역사학과 교수 부부가 같은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 부부를 집으로 새벽 2시에 초대하며 벌어집니다. 그들은 술을 진탕 마시면서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면서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는데 그렇게 자기들끼리 싸우다 갑자기 끝내버립니다. 여기에 나오는 대사마다 선정적이고 실랄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수 도 있는데 다행히 번역본은 그나마 순화를 하였습니다.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미국 사람들은 이 작품에 열광하며 토니상을 수여했는지 읽어보면 우리에게 볼 수 있는 내면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P : 사회적 적대감은… 유머 감각의 상실에서 가장 심오하게 드러난다네. 단일 체제는 그 어느 것이든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했지. 역사를 읽어 봐. 난 역사를 좀 알거든. (농담, 심오함...)

 

P :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현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둘 중 하나를 하게 되거든... 나처럼 과거를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작업하지. 뭔가를 바꾸려면.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외모가 아닌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품게 됩니다. 특히 영화 대사 중에 Shit이라는 욕이 있는데 메이저 영화에서 처음 욕을 사용한 여자 배우로 기록되었습니다.


올비의 삶도 어두운 이면이 있었습니다. 생전 인터뷰에서 밝힌 “8살 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고, 9살 때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0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고 전하며 버림받은 어린 시절에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를 닮았다고 생각한 건 그래서였을 거라고 어림짐작 합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사랑을 하지만 올비는 외롭기 때문에 글을 쓴 사람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Rene Magritt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