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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Nov 08. 2023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by 윌리엄 모리스

1998년 미국 최고 옥션 사이트인 크리스티에서 책 한 권이 등장합니다. 전 세계에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경매에 올라온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불리는 세 권은 켐스콧 공방에서 만든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얘셴덴 공방에서 만든 <돈키호테>, 도브스 공방에서 만든 <성서>이며 이날 경매에 올라온 것은 <캔터베리 이야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소실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국립도서관이나 박물관에 있기 때문에 개인이 소장할 확률이 거의 없어서 경쟁자들은 엄청나게 몰려들었고 가격은 청정 부지로 솟게 되어 책 단일 상품으로는 당시 최고 금액인 85억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기록은 2013년, 미국에서 최초로 발행된 1640년 판 성경의 한 부분인 <시편>이 나오기 전까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이날 팔린 책은 캠스콧 공방이라는 곳을 설립한 작가가 5년 동안 만들었으며 실제로는 공예 제작소입니다. 그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일들을 해왔는데 대략적으로 나열을 해보면 공예 예술가, 디자이너, 시인, 소설가, 생태보전주의자, 사회주의자 등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다재다능의 팔방미인이었습니다. 그를 가리켜 삶을 예술처럼, 세상을 예술처럼 실천하다가 산 생활사회주의자라고 많은 이들이 평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책을 너무나 사랑한 윌리엄 모리스의 강연집입니다. 그의 예술관과 사상들을 엿볼 수 있으며 지금이라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공예 중심의 생활 예술을 해왔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은 모두가 나눌 수 있고 모두를 고양시키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태피스트리, 타일, 벽지, 가구 등 일반적인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생활 예술품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제작해 나갑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먹고사는 것의 문제에서 벗어나 다소 여유롭게 상상하고 모방하며 창조할 수 있는 위대한 예술품들을 만들어나갑니다. 그의 예술관은 만드는 사람에게나 쓰는 사람에게나 행복을 주는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장엄한 예술이었습니다.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예술을 단연코 거부했고 전반적인 그의 예술에는 사회주의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P :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행복하지 않은 노동의 양을 되도록 최소화하는 것이 오늘날 문명세계의 최우선적인 의무입니다.



윌리엄 모리스가 만든 책은 53종 66권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파주 출판단지 옆에 있는 헤이리 마을에 가면 한길 책 박물관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윌리엄 모리스가 만든 모든 책 66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책들은 나뭇잎과 꽃봉오리들이 반복 배치된 동일한 패턴들이 페이지 배경들을 설명하며 스스로 새롭게 개발한 머리글 서체는 본문을 알리는 신호이며 최고의 화가들이 그린 삽화는 마치 화첩을 보는 듯 화려합니다. 개성이 강한 것들이 만나면 뭔가 어수선할 법도 한데 이 모든 것을 그의 손을 거치면서 어느 것에 치중하지 않고 조화롭게 배치를 하면서 변화무쌍하지만 창의적이고 아름답게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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