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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Oct 27. 2023

음악 혐오

by 파스칼 키냐르

유치원에 들어가고 부모님은 제 방을 만들어 주시면서 혼자 잠을 자게 했습니다. 무서워하는 저에게 어머니는 저녁 8시에 라디오를 틀어주시며 재미있게 노래도 들으라고 했고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오디오 버튼을 누르던 순간에 흘러나왔던 오프닝부터 음악에 빠지게 된 거 같습니다. 이문세 님에서부터 이적님까지 <별이 빛나는 밤에>와 이본님의 <볼륨을 높여요>를 들으면서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자랐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신해철 님의 <고스트 스테이션>을 들으며 처음 접해보는 팝, 특히 록 음악들을 들으며 신세계를 접하며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언제나 제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는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왜 음악을 혐오하는지 궁금해하며 소개글을 보게 되었고 몰랐던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밝히며 음악이 단순히 우리를 위로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음악의 기원은 무엇이었고 우리에게 최초의 음악은 어떤 소리였고 음악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등등 시원과 본질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고대 문헌에서 음악과 관련된 단어의 원뜻을 살피고, 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동굴 그림과 샤머니즘을 분석해 소리가 음악이 되는 역사를 종횡무진 추적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몰랐던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선사 시대와 그리스 신화에서 끄집어낸 음악의 시원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음악이 위안을 주는 이유를 베드로의 눈물과 결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음악의 본질을 나름 재미낙 풀어줬습니다.


소리는 강력하고 청각에는 휴식이 없습니다. 귀는 눈처럼 속눈썹도, 눈꺼풀도 없기에 듣는 것은 순종적 행위가 된다고 합니다. 수태된 직후부터 모든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진동을 느끼고 리듬을 들었다고 키냐르는 말을 합니다. “우리는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돛대에 손발이 묶인 채 받침대 위에 서 있는 작은 오디세우스들이다. 어머니의 자궁 속 대양에서 길을 잃은 존재들인 것이다.” 고독한 첫울음은 태아가 세계로 갑자기 떨어져 나온 충격과 고통의 표현이며 비극의 출발인 셈인 것입니다.


작가는 또 수동적인 귀를 꿰뚫고 들어와 심장에 박히는 음악은 잔혹하다고 말합니다. 때론 집단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국민을 예속시켰고 그 예를 나치의 강제수용소를 들며 음악은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유린하는 데 가담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그너, 브람스, 슈베르트는 유혹하는 세이렌이었고 음악은 “죽음에 일조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예술”로 쓰였습니다. 키냐르는 인류 근대사에서 “음악 고유의 근원적인 폭력성”이 극도로 발현되었음을 주장합니다. 저는 음악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음악이 무엇이고 왜 이토록 마음을 꿰뚫는지 철학적으로 접근해 재미가 있었습니다.

 


P :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소리의 고통으로부터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내면의 동물적 경계심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P : 음악은 말로 풀기 어려운 내 속 깊숙한 무언가를 건드렸다.



파스칼 키냐르는 첼로와 오르간을 익히며 자랐고 9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음악 페스티벌까지 기획했을 정도로 소리 예술에 조예가 깊은 작가입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음악의 증오>이며 키냐르가 20년 넘게 몸담았던 갈리마르 출판사를 그만둔 94년부터 급성 폐출혈로 죽음의 문턱을 넘긴 96년 사이에 썼던 에세이 같은 철학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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