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쟈끄 프로베르
저는 아침에 해가 떠오르기 전을 좋아합니다. 조용하고 새벽 어스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시간 즈음,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 돌고는 합니다. 항상 같은 장소에서 잠시 멈추는데 그 벤치에 앉아 해가 뜨려고 하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핸드폰으로 간직하려고 찍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벤치는 잠시 걸었다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휴식이자 방학입니다. 이러한 시간에 꽃향기와 풀냄새가 섞여 있는 주변과 고요한 아침이 어울리는 시인이 있습니다.
특별한 시선을 가진 시인인 프로베르는 제가 좋아하는 벤치에 절망이라는 단어를 얹었습니다. 표제작인 이 시를 읽으면 세상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절망도, 희망도 피어나는구나 싶습니다. 한때 암울했던 시절에 읽었던 이 시가 어느 순간에는 희망으로 새롭게 다가오기에 이 시집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절망이 벤치에 앉아있다.
공원의 벤치 위에
한 사람이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부른다
그는 낡은 회색 옷에 코안경을 걸치고
여송연을 피우며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을 부른다
때로는 그저 손짓만 한다
그를 쳐다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
혹 그를 쳐다본다면
혹 그의 말을 듣는다면
그는 당신에게 손짓할 게고
그럼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는 당신을 보고 웃을 게고
당신도 같은 식으로 웃을 거야
어김없이
웃을수록 당신은 더 고통스럽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울수록 당신은 더 웃는다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그렇게 웃으면서 벤치 위에
꼼짝없이 앉아 있다
아이들은 옆에서 뛰놀고
행인들은 평온하게
그들의 길을 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이 행인들처럼
평온하게 제 길을 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닐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프로베르는 프랑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시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그를 모국의 언어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생활의 언어로 시를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글로 쓴 시보다는 불리는 노래로 기억되는 그의 시구들은 그렇게 자유롭게 파리의 새 시장과 꽃 시장을 지나 공원의 벤치 위를 맴돌고 전쟁의 참극에 비통해하며 일상의 기쁨들을 하나씩 헤아립니다. 대중적인 그 평범한 말들로 다채로운 색깔을 덧입힌 작가의 시는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그의 시가 단지 꾸밈없고 단순하면서도 쉬운 언어의 구성만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시적 이미지를 그릴 줄 알았고 일상의 구체적인 감정들과 삶의 의미를 촘촘히 엮어내 삶에 한없는 애정의 시선을 담아 누구보다 아름답게 노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