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Sep 19. 2023

정글북

by 러디어드 키플링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 책은 1894년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거기에 극장이나 TV, 애니메이션으로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영화도 여러 편 각색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1907년 작가 러디아드 키플링이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그의 나이는 41세였고 지금까지도 이 최연소 수상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늑대인간 모글리입니다. 원서에는 7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글리가 직접 등장하는 이야기는 세 편입니다. 이 세 편을 보면 <모글리의 형제들>은 모글리가 호랑이에 물려 정글로 끌려와서 늑대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카아의 사냥>은 모글리가 원숭이의 꾐에 빠져 납치되자 갈색곰 발루, 흑표범 바기라, 길이가 15m나 되는 뱀 카아가 구하러 가는 스토리입니다. <호랑이다! 호랑이!>는 인간 세계로 돌아간 모글리가 다시 정글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늑대 가족과 함께 사는 모글리는 사람들에게 돌아와 주인공 모글리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동물의 세계는 인간 아기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늑대 가족은 모글리를 특별 가정교사 갈색곰 발루에게 맡겨 예의와 정의를 아는 늑대인간으로 자랍니다. 호시탐탐 모글리를 노리는 호랑이 칸을 방어하며 모글리를 지켜주는 의리 있는 흑표범 바기라는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늑대인간은 현실에서도 가끔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아기가 늑대와 함께 야생의 삶을 살다가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온 일이 실제로 여러 차례 있었고 신화나 전설에도 늑대로 변한 인간 얘기가 나오고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와 소설도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늑대가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위협을 줬던 동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숲이 개발되고 도시가 확대되면서 사라진 늑대들이 이야기가 되어 인간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늑대가 개로 진화했으니 우리는 여전히 늑대와 함께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동물이 모여 사는 정글에는 질서와 의리가 있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도 무질서와 질시가 있었습니다. 모글리를 통해 동물들이 그리는 질서와 사람들이 내뿜는 욕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질서한 세상은 욕심으로 꽉 차 있고 호랑이의 꾐에 넘어가 품위와 질서를 지키며 산 늙은 늑대를 배신한 젊은 늑대들, 경박함과 교활함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원숭이와 호랑이, 거짓말과 모함을 일삼으며 총질을 해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인 <정글북>은 감탄과 실소를 오가다 지혜를 깨닫게 합니다.



P : 모글리는 뭔가 마음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숨죽여 흐느끼는 모글리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뭐지? 이게 뭐야? 난 정글을 떠나고 싶지 않아. 이게 뭔지 모르겠어. 바기라, 나 죽는 거야?”

“아니야, 동생. 인간에게만 있는 눈물이라는 거지. 이제 정말 알겠다. 네가 더 이상 인간의 새끼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제부터 너는 정글에 들어오지 못해. 모글리, 그냥 떨어지게 놔둬. 눈물일 뿐이야.” 주저앉은 모글리는 하염없이 울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키플링은 영국 제국 국민인 자신의 인종적 편견과 우월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야만을 개화시키는 것이 힘들고 고되며 그들에게서 보답은커녕 원망과 비난을 받을지라도, 고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을이 쑥대밭이 된 상황을 무마하고자 주술사까지 불렀음에도 해결이 되지 않자 "이런 일은 영국인들이 와야 겨우 해결될 문제다"라며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이 책에서도 드러냅니다. 갈색 피부 인도인 모글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책은 제국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인 키플링의 대표작인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과연 제국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키플링이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 저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숨겨진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