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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17. 2023

숨겨진 삶

by 실비 제르맹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이야기와 삶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지니고 있는 아픈 비밀들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인생 안에서 모든 사람들은 연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우리의 인생이라는 연극 무대처럼 연상되게 하는 그림들을 들려주며 문장 하나하나 은유와 색채의 표현을 가지고 있고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에서의 예상치 못하는 우연을 문장의 끝마침과 독특한 리듬감으로 연출한 듯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은 프랑스 68 혁명 전후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프랑스의 한 평범한 베랭스 가족과 그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된 한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젊은 나이에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이 넷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빈, 그의 죽은 남편 조르주, 사빈의 딸 마리, 사빈의 시아버지 샤를 람과 그의 여동생 에디트, 사빈과 함께 일을 하게 된 의문의 남성 피에르, 피에르의 어머니인 셀레스트가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보통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든 자리는 잘 모르지만 난 자리는 금방 알게 된다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피에르가 사빈의 집에 있다가 사라진 이후의 이야기가 특히 그러했는데 그의 증발은 사빈의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피에르가 해주었던 이야기와 다이어리 내용을 토대로 마리는 동화를 그려 작가가 되었고 오빠는 피에르의 방에서 발견한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아 화가가 됩니다. 인간의 열정, 고독, 비극, 고통을 날것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곱씹게 하며 결코 쉽게 소화시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소설이다.


조르주가 죽는 과정과 피에르와 그의 어머니의 사연 등을 제외하고는 어찌 보면 평범하다 못해 대단할 것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줄거리의 전부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집집마다 조금씩 사연 없는 집이 없을 수 없어서 민감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대부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이를 평범한 삶으로 일반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가족이라는 협소한 배경과 보잘것없는 스토리 안에서 우주처럼 깊은 심연의 역사를 끄집어내 이야기함으로써 철학적 사고를 연상케 합니다.



P :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강둑길을 걷고 있다. 12월 저녁의 세찬 바람에 맞서 몸을 보호하려고 조금 숙인 자세로 걷는다.


P : 어쨌거나 세상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행운인지 모른다. 너무 눈에 띄지도,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홀가분히 지낼 수 있다면, 그래서 환멸과 상처에도 덜 노출된다면.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제 갈 길을 갈 수 있겠지. 단조롭긴 해도 평화로운 길임이 틀림없다.



저는 그녀의 특별한 표현을 좋아합니다. “공간보다 시간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할까. 일련의 그릇된 동작의 무미건조한 반복이며 도주, 결국은 정체에 불과한 방황이다.” 와 같은 특별한 시선을 가진 그녀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옮긴이는 이 책에 대해 “탐색되지 않은 세계를 향해 열린 창”이라고 표현을 하였는데 책을 읽어보면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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