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by 마이클 샌델

by 무무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로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몇 년간 하버드 대학교의 학부와 대학원, 로스쿨에서 <윤리와 생명공학>이라는 과목을 개설해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는 문제지만 20여 년 전에 생명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황우석 교수의 사건이 있을 때라 관심이 갔었는데 시간이 지나 샌델의 생각을 정리한 강의록 같은 책이 나와서 사실 반가웠습니다. 그는 후에 줄기세포 분야의 선구자 더글러스 멜튼과 함께 강의한 <윤리, 생명공학, 인간 본성의 미래>라는 강의도 이 책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후에 밝힌 적이 있습니다. 샌델은 2001년 말 대통령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 복제, 유전공학 등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신학자, 의사, 법학자, 공공 정책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면서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부모가 선택하는 것은 정당한지, 타고난 재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와 근육강화제의 도움을 받는 선수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지, 유전공학을 이용해서 아이의 지능을 높이는 것과 교육을 통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적자생존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현대사회는 적자와 부적격자를 나누는 우생학과 무엇이 다른지 배아는 생명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님 그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지 등등 지금까지도 이슈가 되는 문제를 각 분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였다고 합니다.


샌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빠지는 윤리적 딜레마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 연결해 재미있고 쉽게 풀어나갔습니다. 이전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우리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왜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레즈비언 커플이 청각장애자의 정자를 구해 똑같이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한 일을 예로 들며 누구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 일이 왜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근육 강화제나 인지력 강화제,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 처방, 부모가 아기의 성별을 선택해서 낳게 하는 기술 등 현대 유전공학적 기술이 인간의 자유를 어떤 점에서 침해하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나갑니다.


샌델은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선물로 보는 윤리(the ethics of giftedness)를 주장합니다. 삶은 다 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선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주장이 너무 종교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는 “신만이 생명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종교적으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으로도 할 수 있는 생각이다.”라고 반박을 합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샌델이 이 책에서 자녀 양육을 생명공학의 윤리와 연결시킨 부분이었는데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집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과도하게 운동을 시키는 것과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각성제까지 복용하게 하면서 공부를 시키는 일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소질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이 일종의 우생학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던집니다. 유전공학을 통해 아이를 경쟁을 갖춘 아이로 키워내려고 하는 부모의 시도가 교육에 가까운 것인지 아님 우생학에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 책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의 거울로 보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주어진 선물로 보는 시선과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의 욕망 사이에 서 있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