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by 톨스토이

by 무무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만난 친구 K와는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제 목숨과 전재산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이며 이 친구의 친구라서 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가난했던 대학시절 서로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날이면 누구라 할거 없이 그날 술을 한잔씩 기울이게 되었고 단 한 번도 아깝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외국에 있는 동안에 어머니가 아프셨을 때도 있는 휴가 없는 휴가 다 써가며 저희 어머니 옆에서 간호를 하였던 이 친구는 제 보물 중에 하나입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초라했던 장례식장에서 삼일 밤을 지새우고 서로 담배를 물며 우리는 죽어서 서로 관 들어줄 친구 하나는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할 정도로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편이 되어줄 거라는 걸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책의 시작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리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성실한 판사였으며 평범한 러시아 시민이었던 이반 일리치는 작은 상처로 시작된 병으로 몇 주 동안 끙끙 앓다 사망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친구들 중 진심으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내조차 남편의 사망보다 국고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했고 딸은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지냅니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평범하고 일상적이면서 어찌 보면 끔찍했습니다. 그는 사회에서 하라는 데로 공부했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상류층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일 속에 파묻혀 그곳에서만 삶의 재미를 느꼈고 승진에 대한 야심을 불태웠으며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해 집을 치장했습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자존심을 나타냈도 사교계 생활에서는 그의 허영심을 채워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일반적인 우리들과 같은 세속적이고 사회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그가 병에 걸렸을 때 그 누구도 그가 괜찮은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의사는 병명에만 관심이 있었고 아내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직장 동료들은 그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과 대면합니다. 그 누구도 그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지 않았습니다. 일밖에 몰랐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고 친구들에게도 단순히 경쟁자였을 뿐, 그에게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모두들 그가 죽어가는 걸 기다렸습니다. 그가 주변에서는 거짓 위호만 건넬 뿐 본인들은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처럼 또한 자신이 이 죽음의 당사자가 아님을 안도해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길 바랐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인생을 즐거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삶은 덧없고 의심스러웠으며 하루를 살면 하루 더 죽어가는 그런 삶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P : 죽음이 다른 어떤 일도 하지 못하도록 자꾸만 그를 끌어당기고 있다. 그저 죽음만을 바라보도록, 피하지 않고 똑바로 죽음을 응시하도록.



얇은 책이지만 묵직한 한방을 보여줬던 이 책을 읽고 인생은 한 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었던 저의 생각을 한 걸음씩 산을 내려가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바꿔주었습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많지 않은 주변을 살피려고 하고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