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꿈 이야기

by 무무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민음사]


저는 보통 하루에 4시간 정도를 잡니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니 티브이를 보고 아침에 소개해드릴 책을 고른 후 보통 침대로 이동을 합니다. 침대에 누우면 척추가 펴지는 느낌이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아서 좋고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꿈을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매일 꿈을 꾸고 90프로가 그 꿈을 잊는다는 통계를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끔찍한 악몽이든 푹 잠든 끝에 찾아오는 행복하고 푸근한 꿈이든 깜빡 잠든 한낮에 본 의미심장한 해몽이 필요할 거 같은 꿈이든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의 일부는 잠에서 깨어나도 계속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저는 꿈에서는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나름의 모험의 세계를 할 수 있어서 약간은 기대를 하면서 잠을 청합니다.


보르헤스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많은 상상을 했고 꿈도 자주 꾸었다고 합니다. 현실을 뒤바꾸는 허구와 허구 속에 잠재한 현실을 묘사했던 그의 문학 세계에서 많은 작가들의 작가로 추앙받으며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그런 그가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공유한 원형에 내재된 꿈의 역사를 펼쳐 보이며 그 연원을 되짚었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꿈은 다른 삶이자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보의 일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책을 펼치면 <길가메시 서사시>의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꾼 꿈부터 시작해서 조설희의 <홍루몽>, <성경>의 요셉과 다니엘의 꿈 이야기를 거쳐서 각종 신화, <일리아드>, 플라톤의 <국가>, 헤로도토스의 <역사>, <천일야화>, 조지프 레저의 <황금가지>, 보들레르의 <악의 꽃>, 장자, 열자, 니체, 화이트헤드, 링컨 등의 꿈 이야기 증 123편이 나와있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보르헤스의 꿈에 관한 단상 10편까지 곁들여서 온 세상의 꿈 이야기를 이 얇은 책 한 권에 담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페이지를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누여놓고 이야기를 해주는 거 같았습니다. 이 안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책들을 직접 찾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P 87 : 어떤 사람이 꿈에서 천국에 들어갔다가, 천국에 있다는 증거로 꽃 한 송이를 받았다고 하자.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 보니 손에 꽃을 들고 있다면... 이건 뭘까?


보르헤스는 인간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왜 문학을 하는지에 대한 고전적 질문에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 작가입니다. 그의 문학론을 요약하면 하늘 아래 새로운 문학은 없고 모든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 텍스트라고 하였습니다. 작가와 독자는 텍스트를 매개로 하나가 되는데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를 읊는 사람은 누구나 셰익스피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인간은 허구의 창조자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허구이기도 하며 우리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허구다라고 주장을 하며 어둠을 견디기 위해 꿈을 꾼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누군가의 꿈속의 인물이기도 하고 위대한 작가는 후배 작가들의 글 속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나 영생을 누린다는 게 보르헤스의 생각이었습니다. 작가는 누구나 앞선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기에 독창적인 그 누구도 아니지만, 오히려 아무도 아니기에 죽지 않는 사람이 된다고 허구와 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