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카드의 비밀

by 무무

카드의 비밀 - 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사람들과 여행 심지어 책에서도 자극을 받으면서도 되려 괴리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인 거 같은데 앞서 말한 여러 자극에 의해 스스로 조금씩 벽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책과 여행을 통해 마음을 새로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독서와 시간 날 때마다 떠나는 여행은 그저 취미생활이지만 조금 더 심도 있게 읽고 즐기려고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저자의 다른 책과 다르게 저에게 여행의 재미를 가르쳐준 책이었습니다. 여행 중에 꼭 들리는 서점이나 헌책방에서 우연찮게 구하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이 그 재미를 더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의 앞장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 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맨 앞장에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사람과 꼬마책에서 만나게 될 사람이라며 등장인물을 알려주는데 왜 이런 정보를 미리 던져놓는 것일까 하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이야기 속 이야기 속 이야기 속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인데 주인공 한스 토마스가 아빠랑 엄마 찾으러 가는 길에 얻은 꼬마책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그 꼬마책은 루드비히가 쓴 책으로 알베르트에게 들은 제빵사 한스의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이 책은 한스 토마스의 여행하는 중간에 읽는 책이 대치되며 진행됩니다. 섬에 표류된 제빵사 한스는 너무 심심해서 혼자 머릿속으로 트럼프 카드에 대한 규칙을 짜면서 노는데 어느 날 트럼프 카드들이 난쟁이가 되어 하나 둘 섬에 도착하기 시작합니다. 조커는 섬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트럼프 카드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카드가 변한 난쟁이 조커만이 조커가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는 아테네의 조커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도 나오고 조커 카드 수집벽이 있는 한스 토마스 아빠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스 토마스도 조커고 이 책을 읽는 우리도 조커가 됩니다.


인생은 누군가의 카드게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허망함을 받아들이는 건 모르는 체 안주하고 사는 게 아니라 삶을 모험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조커로서 질문을 던지며 시공간의 이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카드의 비밀이란 인간의 비밀에 다가가는 이 여행을 통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이 좀 더 또렷해집니다. 그리고 조커가 이방인이라는 점에서 카뮈의 이방인도 떠오르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며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는 조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뛰어넘으며 조커는 존재했고 소크라테스도 바라나시 책 골목 주인님도 카뮈도 모드 조커였습니다. 존재의 비밀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진지한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P :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요, 친애하는 주인님. 나는 내 존엄성을 찾기 위해 주인님을 죽일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을 언 십여 년 전에 읽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나면 어디든 돌아다니자라고 생각한 후 휴가서를 상사에게 던지고 몇 달 동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잭 캐루악을 동경해 자동차를 빌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하기도 했고 어머니가 꿈꾸었던 바티칸을 보여드리고 싶어 한국에 들리자마자 다음날 또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여행도 해봤고 제임스 조이스 스타벅스 머그컵이 갖고 싶다는 이유로 갑자기 더블린으로 가기도 했으며(공항에서 깨져버렸습니다.) 버지니아가 뛰어들었던 우즈강을 보고 싶어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생각 없이 도전했던 그때의 무모함을 느끼고 싶을 때 저는 이 책의 조커를 떠올리고 사고를 여전히 저지르고 있습니다. 아마 파묵의 순수 박물관을 보러 떠날지도 모르고 갑자기 모든 걸 멈추고 무전여행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