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건지 아일랜드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 애니 매로스 [이덴슬리벨]
항상 궁금했던 거는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책을 사랑하고 언젠가는 한 편의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그저 두리뭉실하게 영감으로 썼다는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영화로도 나온 이 책은 이 같은 의문점을 풀어주기에 어느 정도 해소해줍니다. 작가가 소재를 어떻게 얻는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동력은 어디서 오는지, 작가로서의 애환은 어떤 것인지 등등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데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버릴 게 없는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주인공 줄리엣이 북클럽에 관심을 갖고 건지 섬을 찾아가는 순간 작가 줄리엣의 신간 소재는 결정됩니다. "아무리 초라해도 나를 이끄는 곳으로 가야 하는 이유"로 줄리엣은 소재를 결정합니다. 그러면서 제일 궁금했던 거는 왜 독서 모임 이름은 <건지 감자 껍질 파이> 였을까 였습니다. 편지에 쓰인 돼지구이는 또 무슨 이야기일지도 궁금했습니다. 그 사연은 2차 대전 중 유일하게 독일군에게 점령된 영토였던 채널 제도의 건지 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멜리아는 "나치 독일이 건지 섬을 점령했던 그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라고 말합니다. 독일군은 건지 섬 주민들의 식량을 빼앗고 주민들 사이의 교류도 엄격하게 감시하는 통에 섬에서 나는 모든 가축은 군용 식량으로 동원되고 주민들은 육류를 전혀 먹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던 중 건지 섬의 농장주 아멜리아는 독일군 몰래 돼지를 기르고 아멜리아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던 엘리자베스가 돼지구이 만찬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주민들은 우울한 삶 속에 한 줄기의 빛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기분 좋게 돼지구이를 먹고 통금 시간을 넘겨 집에 돌아가다가 그만 독일군에 붙잡힙니다. '무슨 모임이냐'는 독일군의 질문에 이들은 독서 모임일 뿐이라고 둘러댑니다. 그때 술에 취한 일원이 돼지고기와 함께 먹었던 '감자 껍질 파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독서 모임 이름은 어부지리로 건지 감자 껍질 파이 북클럽이 됩니다. 이후 고기를 먹기 위해 만난 사람들은 독일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진짜로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소통에 대한 염원 또한 풀게 됩니다.
건지 섬에 닥친 비극을 수면 위에 올린 것은 줄리엣이었습니다. 그는 독서 모임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접한 줄리엣은 독일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멜리아와 노예 아이를 구하려다 섬에서 추방당한 엘리자베스의 사연을 글로 쓰고자 결심합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독자가 우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줄리엣이 듣고 느낀 그대로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나치 독일이 건지 섬을 점령했던 그 시절에 대해 생생하게 알게 되고 주민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독일군의 점령으로 암울하던 시절 돼지구이로 시작해 독서 모임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줄리엣은 그리운 얼굴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P 22 :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책 표지에 피처럼 보이는 붉은 얼룩은 핏자국이 맞아요. 종이칼을 다루다가 그만 방심했어요. 동봉한 엽서의 찰스 램 초상화는 그의 친구인 윌리엄 해즐릿이 그린 거예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덤스를 만나기 전 줄리엣이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모르고 지내온 것처럼 아직도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혹은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줄리엣에서 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줄리엣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것처럼 저 역시 사람들과의 교류와 그들과의 추억들을 글로 남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독서모임도 나가보고 싶은 용기(?)도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