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하지 무라트

by 무무

하지 무라트 - 레프 톨스토이 [문학동네]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말을 합니다. 삶을 사랑하는 모습과 청교도적 설교자로서의 모습이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두 모습에서 약간 달라 보입니다. 1896년, 그의 나이 70세에 마지막 불꽃을 태운 작품이며 이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는 8년간 이 책을 집필하였고 유작으로 남긴 작품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1851년, 비밀리에 하지 무라트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 그의 뇌리에 이 사람은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년에는 특히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한 설교자로서의 글을 많이 썼지만 이 책은 어떤 연유인지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존 인물인 하지 무라트는 아바르 한국이라는 작은 부족의 우두머리이자 지배자 이맘 샤밀쪽 사람 중에 가장 용맹한 장수였습니다. 하지만 샤밀과의 갈등으로 이슬람국에서도 살 수 없었고 가족들이 샤밀에 의해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항한 러시아 쪽에서도 있을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마지막 선택은 러시아를 탈출해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가족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부분은 특히 박진감이 넘쳐서 실제로 제가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이 생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하지 무라트는 1852년 러시아에 투항하겠다며 캅카스 지역에서 경찰과 함께 있게 됩니다. 산책을 하겠다며 경찰서장의 허락을 얻은 후 다섯 명의 러시아군 호위가 붙었습니다. 나자로프라는 젊은 러시아 하사관 한 명과 카자크 병사 4명이었는데 누케르 즉 하지 무라트의 호위병을 모두 데리고 가지는 말라는 얘기가 이전에 있었으나 누케르 다섯을 전부 데리고 산책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천천히 말을 몰던 하지 무라트는 약 2km쯤 갔을 때 갑자기 말을 달리기 시작하고 호위 책임자 나자로프는 하지 무라트가 도망치려는 것이라고 감지하고 그를 뒤쫓습니다. 하지 무라트와 거의 나란히 달리게 됐을 때 그는 하지 무라트의 말고삐를 잡아 채기 위해 손을 뻗쳤으나 순간 하지 무라트의 권총이 그의 가슴을 향해 발사 해버립니다. 총성을 신호로 하지 무라트의 호위병들은 카자크 병사들을 권총으로 쏘고 칼로 베었습니다. 카자크 병사 중 한 명만이 말을 돌려 요새로 달아나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민병대들은 밤새 그를 쫓았고 포위에 갇혀버린 하지 무라트와 그의 호위병들은 마지막 전투를 준비합니다. 러시아 부대장은 숲을 포위한 채 하지 무라트를 붙잡기 위해 아침까지 기다렸고 하지 무라트는 포위된 것을 알아채고 탄환과 힘이 다할 때까지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날이 밝자 민병대 부대장이 덤불 가까이로 가 항복하라고 외쳤지만 하지 무라트 쪽에서는 소총 사격으로 응수합니다. 수적으로 상대가 될 수 없었던 하지 무라트도 어깨와 옆구리에 총탄을 맞습니다. 마지막 힘을 모아 달려오는 적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 후 단검을 뽑아 들고 적에게 다가갔고 총성이 몇 발 울리고 그는 비틀거리다 고꾸라집니다. 그는 나무를 움켜잡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집니다.


P 184 : 모든 기억은 상상 속에서 튀어나와 연민도, 증오도, 어떠한 희망도 일으키지 않고 흘러가버렸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었던 일, 그리고 지금 시작된 일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톨스토이는 이 책의 제목을 <엉겅퀴>로 하려고 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잘 쟁기질된 밭 한복판에서 짓뭉개진 엉겅퀴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죽음이 떠올랐다”며 마무리를 합니다.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꽃을 피우는 엉겅퀴의 강인한 생명력을 불굴의 전사 하지 무라트에 비유한 한 듯한데 톨스토이는 하지 무라트를 죽을지언정 물러서거나 꺾이지 않는 용기의 화신으로 보았고 그에 대해 마지막 불꽃을 다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읽고 자기가 받아온 모든 상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했고 이 작품을 사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