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위한 부두로 가는 길

by 무무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한겨례 출판]


글을 이곳에 쓰는 거 외에 노트에 조금씩 저의 생각을 적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한 줄이라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쓸데없는 글들을 보통 적어 놓습니다. 이 노트 안에 있는 누더기 같은 것들이 언젠가는 어떠한 글이나 생각들로 합쳐져 좀 더 나은 글이 될 거라 믿게 만든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은 오웰이 쓴 이 책입니다. 오웰은 이 책을 쓰고 나서 파시즘과 싸우려고 스페인으로 건너갔고 이후에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가 대안일 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습작처럼 쓰게 되었고 나중에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쓰게 되는 중요한 경험들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제목으로만 접했을 때는 뱃사람들이나 부두 노동자들의 얘기일 거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박지성 님이 영국에서 축구를 할 때 휴가차 갔었던 곳에서 경기가 있었고 위건이라는 도시에서 축구를 조게 되었는데 놀라운 거는 위건이라는 도시에는 부두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1930년대 탄광촌이 개발되면서 휴양지는 없어지고 현재는 역사의 뒤켠에 있는 폐광촌만 자리합니다. 이 책 덕분에 영국에서는 위건 부두라는 말은 종종 코미디 소재로 쓰이는데 예를 들어 “휴가는 어디로 가지? 위건 부두로나 가!”라는 식으로 쓰입니다.


오웰은 이 양쪽의 의미를 모두 차용해서 위건 부두라는 지명을 사용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제 더는 아름답지 않은 곳이 되었고 광부들의 열악하고 답답한 환경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광부들이 인간다운 삶을 그려냈습니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그들의 삶을 매우 섬세하게 서술되어 있고 새로 알게 된 그들의 충격적인 주거공간도 서술한 되어있습니다.


당시 광부들은 가족 다섯 명이 한 침대를 사용하거나 가족 일곱 명이 두 침대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쪽이 완전히 막혀서 통풍도 환기도 채광도 안 되는 집에서 집세보다 더 비싼 전기세를 내면서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이들은 지저분한 집에서 청소할 여력도 님아 있지 않은 채 자존감이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정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집들을 계속 방치했고 정부의 모든 행정들이 그렇듯 느려 터진 속도로 새 집들을 지어 나갑니다. 그러다가 간혹 죽도록 돈을 모아서 새 집에 들어오는 광부들이 생기는데 완전히 정부가 통제하는 이 집들에서는 꽃 하나 제대로 키울 수 없었고 강아지 한 마리 키울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오웰은 더 커다란 다른 통찰을 합니다. 그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히면서도 사회주의자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세웁니다. 이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사회주의뿐이지만 이때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 대중한테서 괴리돼 있었고 제국경찰이었다가 사회주의자가 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그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가난하고 소외받은 노동계급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투쟁은 시작되지 않으며 노동계급과 함께하는 순간에서야 투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는 “연합해야 할 사람들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다” 하고 말을 합니다.


P 296 : 우리는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하며, 사회주의는 난센스가 제거된 뒤의 정의와 자유를 뜻한다.


이 책에서 제일 와닿았던 부분은 정말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왜 아래로부터 투쟁하는 게 중요한지와 그걸 위해서 어떻게 싸워야 하고 어떻게 부딪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