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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Jan 29. 2022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들

by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는 작가나 감독들에게 빠지면 그들이 참여했던 작품을 다 보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반갑게도 자서전 형식으로 돌아볼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감명 깊게 보았던 그의 많은 작품이 마음속에 되살아나 새로운 의미로 차곡차곡 정리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를 작가와 감독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작품에 작가로서의 태도와 감독으로서의 태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안에는 서 그의 고민을 읽으며 작가로서의 그와 감독으로서의 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설로 출간된 <걸어도 걸어도>나, <태풍이 지나가고>와 같은 영화가 그가 작가의 관점으로 지난 자신의 삶을 되새기며 영화에 투영한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생각함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나 <바다 마을 다이어리>와 같은 영화는 감독의 역량에 집중한 작품 같았습니다.


작가의 시선으로 내놓은 영화는 내향적인 작품으로 그가 삶에서 느끼고 성찰한 바가 진솔하게 마음에 와닿아서 유난히 여운이 짙게 남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는 조금은 외적인 작품으로 입체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끌고 나가 우리들의 마음에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찍고 그는 “가족영화를 당분간 만들지 않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많은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찍고 나서 아무래도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는 그동안 TV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감독의 관점으로 꾸준히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를 보면 작가의 시선과 감독의 시선을 서로를 비추는 거울삼아 자문하며 영화를 내놓는 건 아닐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치 숨을 들이쉬고 내 쉬며 생명을 이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듯합니다.


P 151 : 물론 피해의 극심함을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걸로 문제없을지도 모르지만, 전쟁을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에 거 설명할지를 결정할 때 피해자 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 거기서 사고가 멈추어 일종의 배타주의와 적대주의만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요.


P 172 :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 영화가 그런 주장을 소리 높여하는 게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풍성한 삶의 실감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 지금의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지금의 제 생활이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대나 사람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저는 영화는 못 만들겠지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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