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Sep 07. 2023

진주 귀고리 소녀

by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가 미술관을 돌아다닐 때, 수많은 작품들이 걸려있는 방들을 돌아보고 아무것도 감상하거나 생각하고 있지 않는 자신을 깨닫습니다. 그저 커피 한잔을 마셔서 졸음을 쫓아내야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했습니다. 취미 생활이자 작품 구상을 미술관에서 하던 작가는 실제로 갤러리 피로 증상을 겪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자신을 보며 훌륭한 예술품이나 작품들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죄책감마저 느끼기도 했습니다.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은 자기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림들이 누군가에게는 벽에 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자신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이 그림들이 여기 걸릴 가치가 있을만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다 그렇지 않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립니다. 더더욱 솔직하게 말하면 거의 대부분은 그렇게 보이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이러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던 그녀는 두 가지를 시도합니다. 미술관에 가면 먼저 모든 작품을 재빨리 둘러본 다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작품 몇 점을 선정합니다. 왜 이끌리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자석처럼 잡아당기는 작품으로 들어갑니다. 다른 작품들은 다 잊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만의 큐레이션을 합니다. 그저 그림 앞에 서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책도 그렇게 탄생하였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작가는 19살 때 처음 보았고 보자마자 나가서 이 작품의 포스터를 샀습니다. 40년이 흐른 후 그녀는 이때의 포스터를 아직도 집에 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부적처럼 가는 곳마다 지니고 다녔습니다. 한 번도 질린 적이 없는 작품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포스터를 벽에 건지 16년이 되던 어느 날 침대에 누운 채 소녀를 바라보며 생각을 합니다.


“베르메르는 어떻게 소녀에게 이런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처음으로 소녀의 표정은 소녀가 베르메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나타내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는 늘 소녀의 초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녀와 화가의 관계를 그린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관계일까?”


그 관계를 찾아내겠다고 마음먹은 작가는 자료 수집 끝에, 이 소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실제 베르메르의 인물화 모델 중 누구도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해서 신원이 밝혀진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베르메르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조금밖에 없기에 작가를 신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그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가 베르메르의 12살짜리 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아주 가까운 관계일 것 같지만 딸이 아빠를 바라보는 표정은 저렇지 않다는 것을 착안합니다. 특히 당시 네덜란드의 그림에서는 여인이 입을 벌리고 있으면 성관계를 나타내기에 딸을 그런 식으로 그린다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사랑스러운 하녀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베르메르의 삶을 보면 천주교 여성과 결혼해 장모님과 함께 살았고, 개인 작업실이 따로 있는 집에서 살았고, 자녀가 11명이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습니다.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차분하기에 집에 북적거림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주인공이 이 집을 정리를 하는 하녀로 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청소를 해야 하는 하녀 이외에는 아무도 못 들어오는 작업실을 만들어 버립니다.


마지막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그것은 귀걸이였는데 값비싼 진주를 하녀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우연히 자료를 찾던 중 부인 카타리나가 가진 옷 목록을 찾아냈고 베르메르의 아내가 빌려준 옷으로 다른 여인을 그린 그림들도 많았다는 사실을 찾아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진주 귀걸이도 부인의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구성 요소는 다 갖췄습니다. 소녀는 베르메르와 오랜 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함께 있고 오랫동안 단둘이 있습니다. 부인의 진주 귀걸이를 한 상태로 아름다운 소녀는 분명 베르메르를 사랑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해서 완성된 책이 이 책입니다.


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글쓰기를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어느 한 그림이나 상상이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마음껏 이야기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냉정과 열정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