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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28. 2023

냉정과 열정 사이

by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잠을 자기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썸네일들을 내리다 우연히 보인 쥰세이와 아오이의 얼굴에 클릭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침대에 다시 일어나 책을 찾아보았고 예전에 밑줄 친 문장들을 곱씹어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영화와 책 모두가 가장 완벽했던 그래서 너무나 설레던 이 작품을 먼저 영화로 보고 책을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조금 더 제게 와닿았던 쥰세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봤을 때 충격이었던 거는 남자 주인공 쥰세이는 옛 연인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다른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먼저 소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감정이 들어있는 한 문장에 이 작품의 전체 맥락을 휘어잡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는 작품 속에 드러나는 여자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거 같습니다. 4명의 여자가 언급되는데 그의 곁을 순수하게 지켜주고 있는 현재의 연인 메이와 그의 재능을 찾아준 스승 조안나와 자살을 한 어머니, 그리고 일본에서 뜨거운 사랑을 했던 아오이, 이렇게 나옵니다.


현재 애인인 매미는 쥰세이 곁에서 정말로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가볍게 여기고 진솔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사실 그녀가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발가벗는 육체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나 싶습니다. 쥰세이가 메미에게만큼은 너무 매몰차고 비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답답했지만, 그의 집착과 욕망은 오로지 아오이에게만 가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쥰세이는 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고(잘생기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상황을 부정적이게 받아들이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에 있어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아오이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불쌍하기까지 한 나쁜 쥰세이이지만 마냥 욕하기에는 쥰세이의 과거와 마음의 흉터는 너무 진합니다. 애초에 쥰세이라는 인물을 과감하고 거칠게 설정해 놓았던 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쥰세이가 아버지에게 느끼는 환멸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 그리고 아오이를 놓친 자기 자신에 대한 경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짙은 수렁으로 끌고 갑니다.



P :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보낼 수 없다. 그래서, 그날이 그리워,라는 애절한 멜로디의 일본 팝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이다.



처음에 쥰세이가 남자라서 <Blu>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파란, 청색, 하늘색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읽고 나면 왜 그런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랑이라는 이미지가 청아하고 푸른 좋은 이미지에 쓰이지만 유럽권이나 미국에서는 우울하고 쓸쓸하고 외로움을 감정적으로 나타냅니다.


이 책은 작가가 두 명이라 단순하게 아오이 입장과 쥰세이 입장으로 나눠진 공동작품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 공동집필이 아닌 릴레이 소설이었습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쓰여서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둘은 월간 <가도가와>라는 잡지에서 번갈아 한 편씩 소설을 연재하면서 이 책을 여자의 시선과 남자의 시선으로 나누어 집필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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