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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14. 2022

프랑켄슈타인

by 메리 셸리 

어떤 일에 있어서 최초라는 것에 있어서 대개 허술하기 마련입니다. 시작은 어설플 수밖에 없지만 시도를 했다는 거 자체만으로 축하받고 박수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SF 소설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년 전, 18세에 쓰기 시작했던 작품이면서 최초이면서도 심지어 탄탄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섬뜩한 SF이면서도 시종일관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의 여고생 나이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만 합니다.     


이 책은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월턴 선장은 북극항로를 개척하여 부를 거머쥐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며, 우연히 망망한 설원에서 개썰매를 타고 가다가 조난당해 죽기 직전인 사람을 그의 배로 구조합니다. 조난자는 자신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밝히며, 제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너무나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이 괴물인 줄 알았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괴물의 창조자 이름입니다. 그는 이 괴물이 생명을 얻어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그를 혐오하게 됩니다. 모든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고, 언어조차 훈련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도망갔다가 끔찍하게 보기 흉했다고만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 외모는 그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눈을 뜨기 전부터 그는 괴물의 외모를 알고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눈을 뜨면서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눈을 뜨기 전 괴물은 그냥 물체이고 객체였을 겁니다. 눈을 뜨고 나니 그 괴물은 갑자기 살아 있는 생물이 되었고 나와는 다른 주체가 돼버립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괴물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말로 설득할 만큼의 지능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세상의 흐름과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성을 갖춘 존재였습니다. 결국 다른 것은 외모인데 그게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 버립니다. 타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과 그로 인해 배척하려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창조자인 빅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작가는 어쩌면 그렇게 타자에 대한 공포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우리의 본성을 비추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듯합니다.     

이 책은 비극적 플롯을 박진감이 넘치게 그리면서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립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저희들이 읽고 있는 SF 책들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도 되는 이야기지만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었습니다. 실제로 소설 속에는 줄기세포, 체세포 복제, 세포배양, 전기자극 등 현대 생명과학의 기본개념들이 200년 전 21살 된 소녀가 썼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또한 북극항로 개척 문제도 이야기를 한 거 보면 그녀는 정말 천재였다는 생각만 듭니다.     



P : 이 허구적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사건은, 다윈 박사를 비롯해 독일의 몇 명 생리학 저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P : 나는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능력이 닿는 한행복과 복지를 보장했어야 합니다. 그게 제 의무였어요.     



사실 그녀는 이 책을 18살에 초판본을 내고 21살에 수정본을 내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대부분의 이 작품은 3번째 수정본 30살에 쓴 책입니다. 그녀는 18세 때 기혼자인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 열애에 빠졌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낳은 첫딸은 곧바로 죽었고 같은 해에 퍼시 비시 셸리의 아내가 자살을 합니다. 이듬해에는 의붓언니가 자살을 하고 다시 낳은 아들과 딸도 잇따라 죽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남편의 격려에 힘입어 스물한 살 때 이 책을 완성합니다. 그러나 몇 년 후 남편도 죽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소설에는 유난히 죽음이 많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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