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by 무무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을 사랑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의 모든 책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재는 단언 음악이며 특히 재즈와 클래식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취미는 달리기이지만 막대한 양의 음반도 다양하게 모으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연주회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종종 감상문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책은 하루키가 일본의 명지휘자 오자와 세이지를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사무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고 여행을 함께하며 같이 음반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도쿄와 호놀룰루, 스위스를 돌아다니며 둘이 함께 음악을 들으며 대화한 기록을 묶은 것입니다. 클래식에 해박한 하루키와 카라얀과 번스타인에게 배우고 1979~2002년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세이지가 만나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달해나갑니다. 서문에서 하루키는 “이것은 일반적인 인터뷰가 아니고, 소위 유명인끼리의 대담 같은 것도 아니다. 내가 여기서 원했던 것은 마음의 자연스러운 울림 같은 것이었다. 이 대화를 통해 오자와 씨라는 인간을 발견하는 한편, 동시에 나 자신의 모습도 조금씩 발견했을지 모른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화에서 오가는 음악의 수준은 전문적입니다. 신기하게도 음악 긴 문외한인 제가 읽어도 편한 대화체로 이야기해서 그런지 몰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오자와의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되는데 그는 하루키에게 “난 이 대화란 걸 마니아를 위해서 하고 싶진 않다. 마니아한테는 재미없지만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읽다 보면 재미있는 걸 만들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시작점은 글렌 굴드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브람스 협주곡 1번 협연에 관한 이야기일 듯합니다. 번스타인에게 직접 지휘를 배운 명지휘자가 풀어놓는 뒷이야기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에 하루키는 세이지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합니다. 두 사람은 카라얀, 번스타인, 굴드, 제르킨 등 한 시대를 빛낸 음악가들의 음반을 함께 섭렵하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브람스 교향곡 1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서주, 말러의 교향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넘나 듭니다. 연주자의 특성이나 지휘자의 성격, 지휘의 기술, 악보 해석의 차이까지 솔직한 사견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반 감상에서 시작된 대화가 각자 추구하는 예술의 길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루키 : 전 글 쓰는 법 같은 걸 누구한테 배운 적이 없고, 딱히 공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디서 글 쓰는 법을 배웠느냐 하면 음악에서 배웠거든요. 거기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 하면 리듬이죠. 읽는 이를 앞으로, 앞으로 보내는 내재적 율동감이랄지.


세이지 : 글의 리듬이란 건 우리가 그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리듬인가요?


하루키 : 네, 단어의 조합, 문장부호의 조합, 톤의 조합에 의해 리듬이 생깁니다. 음악과 마찬가지인 겁니다. 귀가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오자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만의 공간에 틀어박혀 몇 시간씩 집중해서 악보를 읽는다고 합니다. 하루키도 새벽 4시쯤 일어나 다섯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을 합니다. 오자와가 악보를 읽는 것과 같은 시간에 하루키는 글을 쓰는데 “그렇기에 오자와 씨가 ‘악보를 읽는다’는 행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의미를 내 것이나 다름없이,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고 이야기하며 두 사람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평소 클래식 음악에 다가가고는 싶지만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책에 나오는 음반을 찾으며 읽어보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수없이 연주된 같은 곡이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얼마나 크게 바뀌는지 감동의 포인트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즐거운 대화 중간에 등장하는 간식 장면까지 따라가다 보면 그 말에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