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칼 세이건의 말

by 무무

칼 세이건의 말 [마음산책]


흔히 이과생과 문과생으로 구분들을 많이 합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이과의 느낌이 있다면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의 문과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코스모스>로 알려진,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컨택트>로 널리 알려진 과학자의 인터뷰를 엮은 책인데 과학자라기보다는 문과생 같은 감성적인 시인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느끼는 칼 세이건은 동네 조그만 슈퍼 아저씨 같았습니다. 어려운 과학적 용어나 개념을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최대한 친근한 언어로 학계와 독자들의 간극을 좁히는 것에 평생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는 우주와 지구와 모든 생물,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에 무한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책을 엮어낸 작가 겸 시인 톰 헤드는 칼 세이건이 무섭도록 거대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는 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경이로움을 찾아냈습니다. 이 책은 별에 매료된 천문학자의 생애를 각기 다른 인터뷰어가 23년간의 인터뷰 16개를 담은 책입니다.


흥미로웠던 건 칼 세이건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감을 모든 아이가 타고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신이 다섯 살 꼬마였던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우주에 관한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았고 이날의 경험으로 그는 과학에 눈을 떴으며 유년 시절부터 탁월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세이건은 “모든 아이가 타고난 과학자”라며,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그 능력을 빼앗고 있다”라고 우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천재 과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집에 빠져들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았으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인터뷰 내내 드러냅니다. 책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드넓은 우주와 그 속에서 기적 같은 확률로 생겨난 지구, 그리고 생명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의외였던 점은 칼 세이건은 누구보다 외계인의 흔적을 열심히 좇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을 믿고 싶어 하면서도, 늘 비판과 회의와 증거를 필요로 찾고 있었습니다. 믿고 싶은 것을 정말 믿기 위해서는 회의주의적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과학을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믿음을 미루는 태도를 가지라고 우리들에게 이야기합니다.


P :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이 답을 모르는 질문을 아이가 던질 때 겁먹지 않는 겁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고 고백해도 정말 괜찮습니다. (...) 그러니까 만일 답을 모르겠다면 "같이 찾아보자. 백과사전을 보자"라고 말하면 됩니다. 백과사전이 없다면 도서관에 가면 됩니다. 그것도 싫다면 최소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몰라. 어쩌면 네가 커서 그답을 알아내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그런 게 격려입니다.


저는 우리가 아는 과학이라고 정의되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이며 부족한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칼 세이건이 얼마나 평소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는데 죽기 직전까지도 그는 자신의 삶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늘 희망적이었습니다. 그의 명료하면서도 진정성이 넘치는 말들을 다 밑줄을 긋고 싶었던 책입니다. 책을 읽고 다큐 <코스모스>도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분명히 샀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또 다른 저서 <에덴의 용>도 다시 구입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만간 <콘택트> 도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칼 세이건의 삶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내 평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창밖으로 아직 어두운 이른 아침 하늘을 보니 그가 바라봤던 우주를 얼마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