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안에서 기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도 같은 결의 과를 선택도 해보았고, 유학시절 영문학에 빠지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기에 전공을 살린 일은 할 수 없었고, 창의력의 한계를 인정하며 대작가의 발자취를 이어가겠다는 부푼 꿈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현실을 살다 보니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건 물론이고 읽는 것조차 버거웠기에 현실에 타협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갔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살았습니다.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은 없었습니다.
가슴속 어딘가에는 간직하고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꼭 기록을 하기 시작하면서 바늘구멍 같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고, 그 문장을 노트에 옮겼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비슷한 문장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고, 내 생각을 한 줄 한 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책에 대한 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엇인가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핸드폰에 메모를 하였습니다. 주말에 홀로 어지러이 돌아다니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파일을 하나 열기 시작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라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글을 한번 끝까지 쓰려고 시도를 여러 번 해보았지만, 그때뿐이었고 단 한 번도 끝을 낸 적이 없었습니다. 20쪽이 넘어가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쓰지 못하고 그렇게 좌절을 맛보는 날들이 며칠, 몇 달, 몇 년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갔던 좁은 골목의 카페에서 땅바닥을 노크하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핸드폰 메모장을 열었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커피 한잔을 옆에 그냥 놔두고 제가 좋아하는 비를 보지도 못한 채 떠오르는 생각들을 핸드폰에 토해내게 되었습니다.
창문 밖 그 비처럼.
생각보다 어둑해지려는 밖을 보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 쓰지 못한 아쉬움에 노트북 전원을 켜고 핸드폰에 적어놓았던 글들을 이어서 끄적이게 되었습니다. 아까 보았던 풍경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고 한참 깊어진 새벽에 출근 알람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하루 만에 끝을 낼 수 없었고 여전히 중간에서 멈칫거리기도 하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다는 거에 놀라우면서도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저의 꿈을 알고 있는 친구와 연락을 해서 이 이야기를 하였고, 완성이 아니라 완료를 해보라는 조언에 용기가 생겨 끝까지 한번 밀어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일과 집을 왕복을 하며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목도 정하지 못하고 제 컴퓨터 폴더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는 못한 그 이야기는 읽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고, 다시 꺼내 볼 때마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여기저기 보이지만 끝을 봤다는 것이 무엇보다 저를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사라져만 갔던 흔적들 중에서 간신히 하나 잡은 거 같아서였을까요?
수정하려고 열어두었던 글을 잠시 옆으로 미루고, 이전에 써놓았던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읽으며 지난 추억들을 하나씩 곱씹었습니다. 핸드폰 안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과 음악들, 휘갈겨 놓은 문장들과 생각들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새 문서를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나를 스쳐갔던 사소한 인연들이 내 이야기에 녹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마웠고 미안했고 남기고 싶었습니다. 한 권의 책도,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인연들로 만들어졌는지도 남겨야겠다는 생각 하며 지금 이렇게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마무리를 위해 시작한 일이 새로운 시작을 가지고 오는, 그래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경험을 하며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든지 느리고 답답한 저라서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