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 년 식당
쓰가루 백 년 식당 - 모리사와 아키오 [샘터]
저희 동네에는 50년 정도 된 명문 서점이라는 헌책방이 있습니다. 사장님이신 할머님은 나이가 90세가 넘으셨고 할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는 두 군데서 책방을 운영을 하시다 지금은 한 군데만 운영하십니다. 문 여는 시간은 대략 아침 11시 근처이시고 6시 조금 넘으면 할머님의 따님이 오셔서 같이 문을 닫습니다. 따님은 이 책처럼 계속 이곳을 운영을 하실 거라 당분간은 없어질 걱정은 없습니다.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작가의 영향도 있었지만 책 제목 밑에 조그맣게 쓰여있던 한 문장이 고르게 하였습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라는 이쁜 문장에 이끌려 구입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로도 제작이 된 이 책은 일본 전통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표지 그림처럼 벚꽃이 휘날리는 오래된 다리가 눈에 훤하고 그 밖의 풍경들도 상상할 수 있게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지는 이 책은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쓰가루에서 100년이나 된 오모리 식당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대 창업주의 애틋하고 정겨운 사랑 이야기부터 이어받아야 할 운명의 4대째 후손인 요이치와 요이치의 여자 친구 나나미의 풋풋한 사랑과 나름의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요이치의 아버지이자 현재 오모리 식당의 주인의 프롤로그로 시작해 요이치의 어머니의 에필로그로 나오는 현 식당의 주인들이 이야기의 문을 여닫습니다. 가업을 이어받기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었던 요이치와 사진작가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시기에 도쿄로 상경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성장해갑니다. 그리고 이 둘은 같은 고향 출신이었기에 타지에서 쉽게 사랑해 빠집니다.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고독하고 차가운 도시에서 서로의 존재를 통해 위로가 되어줍니다. 꼼냥꼼냥 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순수하고 이쁜 사랑을 이어갑니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어야 할지도 모르는 요이치와 도시에 남아 사진작가로 활동해야 할 나나미는 이렇듯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면서 갈등이 생겨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에게 느끼는 최고의 감정은 강렬한 스파클이 튀는 불타는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같이 있어서 다행인, 서로 등을 기댈 수 있는 안도감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의 공기를 공유하며 자신의 마음도 바꾸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그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백 년이라는 시간은 위대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분일초가 쌓이고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이 더해지고 이어진 그 훈장 같은 시간이라는 걸 느꼈을 때 마음속의 따스함이 번졌습니다.
P 181 : 고교 시절이란 참 신비로운 시기다. 터무니없는 모순으로 가득했기에 그만큼 자유로운 시절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눈부신 희망도 분명히 느꼈다. 품어왔던 꿈을 포기하기에도 필사적으로 좇기에도 딱 좋은 미묘한 계절이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이 사라져 있었다.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암흑에 갇힌 것 같다가도 그 중심엔 뭔가 소리치고 싶은 열정과 흥분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얻을 가능성을 가진, 텅 빈 손. 그러나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에 불안하다. 고교 시절이란, 그런 우주 같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시절이지 않았던가?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가업을 잇는다>는 사실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기업의 되물림이 아닌 이상 100년이나 되는 식당을 이어간다는 게 낭만으로 라는 거창한 이유 말고는 현실이 될 거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이쁜 사랑과 함께 간직해야 할 소중한 가치와 고향의 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책에서 나오는 쓰가루에서 100년의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를 따스한 문장으로 전해줍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봤을 법한 친근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