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 감상문

뉴욕 3부작

by 무무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열린책들]


유명한 노래보다 그 음반의 숨은 명곡을 좋아하고 베스트셀러보다는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폴 오스터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을 때는 그의 작품을 대부분 구입은 해놓고 읽지 않다가 뉴욕이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껴 꺼내 읽게 된 이 책은 처음에는 지루하게 다가왔습니다. 세 가지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고 그전에 읽었던 <달의 궁전> 은 너무 재미나게 읽었기에 기대감이 높아져서 그러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의 라디오를 더 좋아하는 것도 한몫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읽고 나면 물음표만 잔뜩 남겨집니다. 작가가 저에게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을 하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작가가 삶에 대해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있는지 종이 위에 적힌 단어 하나하나가 진정성 있게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반응들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할 고민들을 정답이 없으니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첫 부분만 이야기하자면 <유리의 도시>는 한밤중에 잘못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됩니다.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글을 쓰며 살고 있는 퀸은 탐정 “폴 오스터”를 찾는 전화를 받습니다. 퀸은 우선 탐정 폴 오스터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싶어 하는 남자를 찾아갑니다. 퍼터 스틸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조만간 출소하게 될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켜 달라고 합니다. 퀸은 자신이 폴 오스터인 척하며 사건을 맡기로 합니다. 퀸은 스틸먼의 아버지가 묶고 있는 호텔 앞에서 잠복하며 스틸먼 아버지를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기 시작하며 퀸이 자는 동안 스틸먼 아버지가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자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그를 감시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어느 날 스틸먼의 아버지가 사라지고 퍼터 스틸먼도 사라지고 그가 준 수표도 쓸 수 없게 됩니다. 전화번호부 책에서 우연히 찾은 '폴 오스터'는 작가가 아니었고 이상해서 아파트로 돌아가는데 그곳 또한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닙니다. 퀸이 스틸먼의 아버지에게만 집중하고 지켜보고 있을 때 몇 달이 지나버렸고 퀸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남게 된 것은 그가 감시를 하는 동안 꼼꼼하게 기록을 남겼던 빨간 공책 덕분입니다.


P : 우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될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불확실해져서 우리 자신의 모순을 점점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바로 그 간단한 이유로.


P : 만일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이 자기를 알리려고 하는 범위 내에서이다.


생각해보면 저부터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로 보일지 또 나의 다양한 면 중 주로 보여주는 한 부분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 또는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변했다.” 같은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계속 보고 싶어 하는 부분으로만 상대방을 규정짓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