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사진에 관하여 - 수전 손택 [이후]
요즘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세상을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TV를 켜든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하든 현대인은 사진 이미지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확인합니다. 미술관에 가서 교과서에서 봤던 작품 즉 복제 이미지의 진품을 확인하듯 오늘날 관광이란 사진과 영상 이미지로 봐왔던 유명한 어떤 것들을 확인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많이 의미가 바뀐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미지 덕분에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세상 곳곳을 이미 누비는 것으로도 모자라 매일 SNS를 통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기고 또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이 책은 1973년에 출간했지만 오늘날의 사진 현상을 예고한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진의 본질에 대한 통찰로 가득합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장부터 긴장하게 만들었던 <플라톤의 동굴에서>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챕터는 사진 관련 개론서나 비평서에서 무수히 인용되는 사진 비평의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에 따르면 동굴 속에 갇힌 인간은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실재라고 착각하였고 동굴 속의 인간처럼 현대인은 사진을 보고 그것이 실재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또 그것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화두를 던집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사진이란 진실로 여겨지기 때문인데 이른바 “인증샷”이라는 말에서도 그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이나 그림으로는 안되고 오로지 사진으로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손택의 설명은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보여주는 글은 회화나 데생처럼 손으로 만든 시각적 전술이 그렇듯이 일종의 해석이다. 이와는 달리, 이 세계의 일부이자 누구나 만들거나 얻을 수 있는 현실의 소형 모형 같은 사진 이미지는 세계에 대한 진술이 아닌 것 같다.” 즉 사진은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의 기억이나 설명이 아닌 기계적 기록이라서 사진은 증명해준다고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악용이 되기도 했습니다. 1871년 파리 경찰청이 사진을 보고 파리 코뮌에 가담한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였고 국가의 관리자들은 사진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날 각종 증명서 속의 인물 사진은 아이덴티티, 즉 나와 동일한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주제는 사진은 경험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손택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 <기관총 부대>의 내용을 통해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사진이 얼마나 잘 대체해주었는지 예를 듭니다. 영화에서 두 명의 농부는 약탈, 강간, 살인, 돈벌이 등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꾐에 빠져 군대에 입대하고 몇 년 뒤 그들이 집으로 가져온 것은 전리품이 아니라 유적지, 백화점, 포유동물, 장엄한 자연의 풍경, 교통수단, 예술품, 온갖 유물의 사진이 담긴 우편엽서 수백 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소유할 수 없다면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어 합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여행 가서 흔히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경우일 겁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유할 수 없는 것이 경험이라고 합니다. 경험은 오로지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는데 여행 작가들처럼 글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그저 기억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손택은 경험을 소유물의 형태로 바꾸고 경험을 인증해주는 사진이 역설적이게도 경험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진으로 찍기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는 일만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경험을 일종의 이미지, 일종의 기념품과 맞바꿔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여행이 고작 사진을 모으는 수단으로 전락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손택은 사진을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제 여행을 떠나서 그곳의 공기에 흠뻑 젖어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만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P 239 : 현실 세계에서는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고, 그 어떤 사람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지-세계에서는 무슨 일인가가 이미 벌어졌고, 늘 이런 식으로 무슨 일인가가 언젠가는 벌어지게 될 것이다.